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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니가 누구신대요? 똥 싸러 가셨는대요?"
지난 1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극본 정경순 장영철, 연출 유인식) 속 안하무인, 거친 입담의 천하그룹 외손녀 백여치의 대사다.
"아직 제 안에 여치가 남아있어요."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정려원(31)은 아직 백여치의 모습 그대로였다. 붉은 빛 헤어스타일에 거침없는 입담까지 TV 속 백여치가 걸어나온 듯 했다. 인터뷰 중 실제 백여치의 대사까지 읊으니 마치 백여치와 대면한 듯 했다.
"저는 작품이 끝나면 이전 캐릭터가 나갈 기간을 남겨둬야 해요. 백여치라는 친구가 정려원이란 건물에 세들어 사는데 나갈 수 있는 기간을 둬야 나갈 수 있잖아요. 흥청망청 판을 벌려둔 상태에서 나갈 수 없죠. 지금도 여치가 아직 남아있어요."
'샐러리맨 초한지'. 제목만큼이나 독특했던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 경제다수를 차지하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이범수, 정려원 등의 코믹연기는 단숨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공감대 형성과 함께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했다.
SBS '자명고'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정려원은 그간 시청률과는 인연이 없었다. 방영 전 인기상을 탐내던 그녀였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아 보였다.
"사랑받아서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제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랑까지 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마치 직장인분들이 보너스 받는 기분인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드라마 끝나고 지인들에게 문자가 많이 왔어요. '사랑받는 것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백여치는 욕으로 통했다. 전무후무한 캐릭터였다. 국내 드라마에서 실제 욕을 구사하는 여배우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정려원은 실감나에 욕했고 극중 '삐' 소리로 음소거 처리돼 '음소거녀'로 불리기도 했다.
"대본에는 욕이 써 있지 않았어요. 'xx같은 xxx가' 같이 씌여 있었어요. 제가 평소 욕을 하지 않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방송을 하다보면 평소 습관이 나오기 때문에 욕을 하지 않았거든요. 화가 나면 혼자 울면서 삭혔어요. 하지만 여치는 화가 나면 바로 뱉는 스타일이었죠. 그러다보니 처음 배우분들에게 소리지르고 화낼 때 온몸이 떨리고 땀이 났어요."
욕 뿐만 아니라 극중 백여치는 보기만 해도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신경에 거슬리면 때리고 욕을 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침없이 폭언을 가했다. 이런 백여치의 모습은 억눌린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지만 막상 배우 정려원에게는 쉽지 않은 연기였다.
"제가 여치같은 성격일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처음 촬영할 때는 에너지 소모가 많았어요.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극중 크게 소리 지르고 욕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멈춘 이유가 대사를 하면서 안나와서였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여치를 연기하면서 현장에서 많이 민망하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과정에서 연기적으로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정려원.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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