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좋은 왼손 투수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LG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수년간 LG는 좌완 불펜투수 부족으로 고생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방출된 서승화는 LG의 좌완 불펜 가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같은 존재였다. 제구에 문제가 있었지만 좋은 신체조건과 빠른 공을 가진 서승화는 LG가 원하는 유형의 좌완이었다. LG는 서승화의 느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거둬들이지 않고 그가 우리 나이로 서른셋이던 지난해까지 기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승화는 끝내 1군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결국 LG는 지난 시즌도 한정된 좌완 불펜 자원으로 힘든 싸움을 했다. 팀 내에서 제 몫을 다한 좌완은 77경기에서 44이닝을 던진 불펜투수 이상열 뿐이었다. 오상민은 시즌 초에 전력에서 이탈했고, 나머지 투수들은 비중이 극히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많은 선수들이 돌아왔고, 새 얼굴도 있다. 류택현은 1년여의 공백을 거쳐 복귀했다. 봉중근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 전까지 불펜에서 힘을 보탠다. 여기에 신재웅과 최성민도 스윙맨으로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 것으로 보이고, 신인 최성훈도 싹을 보여줬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올해 LG 불펜을 책임질 좌완은 이상열, 봉중근, 류택현이 될 전망이다. 이상열은 팀이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을 한 번에 잃은 지난겨울 유일하게 지킨 FA다. 2011시즌 홀로 막중한 부담을 안고 던졌다면, 올해는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불펜의 상황이 됐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재활 경과가 좋은 봉중근은 상반기에 불펜에서 대기한다. 봉중근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8월 이후부터 70개 이상의 투구수를 가져가며 선발 로테이션 재진입을 노린다. 20일에는 8회말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해 공 5개로 내야 땅볼 3개를 얻어내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했다.
류택현도 7회말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군더더기 없는 피칭으로 첫 타자 최준석을 상대로 3구 삼진을 뽑아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류택현에 대해 "아프기 전보다 볼 끝이 더욱 좋아졌다"고 평했다.
류택현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신력이다. 류택현은 은퇴를 권유하는 주변 상황을 뿌리치고 불혹의 나이에 수술과 재활을 선택했다. '지옥에서 데려온' 좌완은 아니지만 '지옥에 다녀온' 좌완으로 불리기에는 손색없는 용기였다.
LG는 시즌 전부터 많은 악재를 겪었다.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되며 올해도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불펜만큼은 어느 때보다 탄탄해졌다. 좌완 투수들을 중심으로 지난 시즌과 다른 컬러를 보여줄 LG 불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LG 이상열(왼쪽부터)-봉중근-류택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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