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 번 꼬인 실타래가 좀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북은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에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K리그 첫 번째 패배다. 그러나 서울전을 4일 앞두고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가시와 레이솔(일본) 원정 1-5 참패까지 더할 경우 2경기 연속 패배다. 여기에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광저우 헝다(중국)전 1-5 대패까지 떠올리면 전북이 왜 위기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강희 감독 아래 잘 나가던 전북이 주춤하자 비난의 화살은 모두 이흥실 감독대행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 시즌 전북의 가장 큰 변화가 감독이기 때문이다. ‘K리그 MVP’ 이동국도, ‘K리그 최고 용병’ 에닝요도 모두 그대로다. 오히려 FA최대어인 김정우가 전북에 합류했다. 서정진이 수원으로 떠났지만 이승현 등 여전히 K리그 정상급 측면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시즌 출발은 부진하기만 하다.
전북 부진의 가장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수비진의 줄 부상이다. 조성환, 임유환, 심우연, 이강진이 모두 쓰러졌다. 결국 김상식이 수비수로 내려왔고 급기야 서울전에선 공격수 정성훈이 수비수로 변신했다. 문제는 전북에 지금의 위기를 대처할 마땅한 카드가 눈에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서울전 패배 후 “대구전에도 정성훈이 수비를 볼지도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전북의 문제는 비단 수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흥실 감독대행을 향한 또 다른 비판은 모두가 이해하기 힘든 선택과 변화다. 지난 3일 성남과의 개막전에서 박원재를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시킨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당시 이흥실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박원재가 부진했다”며 스스로 박원재의 전진배치가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7일 광저우전에서도 변화는 계속됐다. 김정우와 서상민이 전북 유니폼을 입고 첫 등장했고 박원재는 또 다시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대표팀 차출 등 체력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원재의 무리한 출전은 이어졌다. 11일 대전 원정에선 박원재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동국이 빠지고 정성훈이 선발로 나섰다. 광저우전 풀타임 출전에 따른 배려였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지난 17일 전남과의 호남더비에서는 선발 출전시킨 루이스를 후반 시작과 함께 불러들였다. 대신 대전원정에서 결승골을 넣은 드로겟을 일찌감치 투입했다. 하지만 후반 45분 동안 드로겟의 플레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물론 루이스 역시 부진했다. 하지만 교체카드를 너무 이른 시간에 사용함으로서 후반 중반 이후 상대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체하지 못했다.
4일 뒤에 열린 가시와 원정은 이흥실 감독대행이 최악의 무리수를 둔 경기였다. 이날 전북은 중앙 수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철순, 김상식, 진경선으로 구성된 스리백을 가동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이동국, 정성훈이 아닌 김정우를 배치했다. 경기 후 가시와 넬싱요 감독은 “전북이 지난 주 우라와 레즈와 똑같은 전술을 사용했다. 때문에 전북의 변화에 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 전북은 서울 원정을 떠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날 이흥실 감독대행은 정성훈을 중앙 수비수로 투입했다. 수비수 정성훈은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첫 번째 실점장면에서 정성훈은 애매한 위치에서 몰리나의 슈팅을 바라봤고 그것은 데얀을 거쳐 하대성의 골로 연결됐다. 두 번째 실점장면에서는 몰리나의 개인기에 무너졌다.
감독에 대한 평가는 결과론적이다. 잘되면 신의 한 수지만, 못되면 모든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흥실 감독대행의 선택은 애석하게도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유일한 성공은 대전 원정에서 결승골을 넣은 드로겟 밖에 없다. 전북의 다음 상대는 31일 대구와의 홈경기다. 전북은 지금의 위기를 딛고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또 다시 이흥실 감독대행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위기의 전북과 이흥실 감독대행.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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