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과 최형우가 역대 최고의 쌍포가 될 수 있을까.
2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시범경기를 되돌아보자. 1회말 롯데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가 배영섭과 박한이를 범타로 잡아냈으나 공을 12개나 던졌다. 진이 빠진 사도스키는 이승엽에게 커트로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는 데 그치며 볼넷을 내줬고, 최형우에게는 초구에 볼을 던진 뒤 2구째 한가운데 실투를 던지고 말았다. 곧바로 2점 홈런으로 연결됐다. 삼성이 손쉽게 결승점을 뽑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올 시즌 삼성의 주요 득점 공식이 될 것이다. 배영섭과 박한이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가 투수를 흔든 다음, 이승엽과 최형우의 한 방으로 점수를 뽑는 것이다. 이승엽과 최형우는 어느 투수도 쉽게 볼 수 없는 타자다. 때문에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사도스키는 2회 1사 1,3루 위기에서도 이승엽을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최형우의 덫을 피하지 못해 쐐기 2타점 3루타를 내줬다.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삼성이 자랑하는 이승엽과 최형우, 이른바 'LC포'가 본격적으로 발진할 조짐이다. 시범경기 마지막주에 접어들며 실전 모드로 들어간다고 밝혔던 류 감독의 일성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위력을 발휘했다. 이승엽은 25일 청주 한화전서 4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했고 이날도 3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27일 현재 타율 0.464다. 1홈런과 4타점뿐이지만, 걱정할 게 없다. 최형우가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타율 0.300에 2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1타점의 놀라운 타점 생산력이다. 이승엽이 큰 것 한방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갖다 맞추는 타법으로 한국 투수들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며 최형우에게 찬스를 넘겨준다면, 최형우는 찬스에서 한 방으로 누상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전형적인 중심 타선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승엽과 최형우다.
과연 LC포가 올 시즌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까. 멀리 가지 않아도 쌍포의 위력으로 우승을 일궈낸 팀이 2009년 KIA였다. 최희섭과 김상현으로 이어지는 CK포는 69홈런 227타점을 합작했다. 또한, 1999년 롯데 펠릭스 호세와 마해영의 71홈런 241타점, 2000년 김동주와 타이론 우즈의 70홈런 217타점도 굵직한 주요 쌍포 기록이었다. 올해 초 선수단 이탈 파문을 일으켰던 최희섭이 김상현과 의기투합할 경우 이승엽-최형우와 흥미로운 승부를 펼칠 수 있고, 한화도 김태균과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우타 쌍포가 이승엽-최형우와 좋은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역대 최고 3,4번 쌍포는 2003년 삼성 이승엽과 마해영의 합작 94홈런 267타점이었다. 둘은 2002년에도 80홈런 242타점을 합작했다. 이승엽이 9년만에 돌아오자마자 4번 파트너를 최형우로 바꿔 다시 한번 국내 최고 쌍포에 도전장을 던진 형국이다. 당시에 비해 대구구장이 넓어졌다는 변수도 있고, 타고투저가 한창이던 2000년대 후반과는 달리 지난해를 기점으로 프로야구는 다시 투고타저로 돌아서는 분위기라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확실히 9년전에 비해 국내 투수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올 시즌 LC포가 역대 최고 쌍포에 도전한다. 잔여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계속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승엽, 최형우. 사진=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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