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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울 구경 한번 시켜줘야지.”
한화 한대화 감독은 재미있는 입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 감독이 마냥 기자들을 웃기기만 하는 건 아니다. 기자들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피한다. 최근에는 돌아온 '코리언 특급' 박찬호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한다. 언론이 연일 박찬호 기사를 쏟아내자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박찬호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다른 선수들의 사기도 신경을 쓰는 철저한 선수단 관리다.
실제로 한 감독은 한화 선수단에 '박찬호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선발 예고제가 없는 시범경기서 감독은 투수 코치를 통해 선발 등판 날짜를 통보하지만, 정작 기자들은 박찬호가 언제 등판할지 알 수 없다. 선수단 역시 박찬호를 제외하고 박찬호의 선발 등판 날짜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28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일부 기자들은 직접 박찬호를 수소문하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명확하게 박찬호의 정확한 향후 행보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박찬호의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 날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한 감독에게 끊임없이 이어지자 결국 “서울 구경 한번 시켜줘야지”라는 말로 넌지시 힌트를 줬다. 뒤이어 양훈이 29일 잠실 LG전에 나선다는 사실을 한 기자가 발설했고, 이후 영문을 모르던 안승민이 덕아웃에 들어서자마자 스스로 내달 1일 광주 KIA전 선발 등판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자 박찬호의 등판일은 30일 잠실 LG전으로 잠정적으로 추론됐다. 그러나 한 감독은 껄껄 웃으며 최진행, 한상훈 등에게 농담을 걸 뿐, 박찬호 등판 날짜에 대해 시원스럽게 밝히지 않았다. 그게 박찬호를 최대한 보호하는 길이라고 믿는 듯했다.
한 감독이 기자들과 '박찬호 숨바꼭질'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 감독은 박찬호의 쓰임새를 두고서 “중간에 대기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나이도 많은데 매일 불펜에서 대기하는 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불펜 투수들은 실제로 등판하지 않더라도 거의 매일 경기 상황에 따라 몸을 풀고 쉬는 걸 반복하기 때문에 등판 전부터 체력을 많이 소모한다. 한 감독은 한국나이 40세의 박찬호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한 감독은 일단 박찬호를 개막 선발로테이션에 포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충분하고, 규칙적인 휴식을 제공한 뒤 선발로 등판시키겠다는 판단이다. 한 감독은 이미 에이스 류현진에게도 지난 시즌 확실히 5일 휴식을 보장한 바 있다. 여기에 박찬호마저 확실하게 선발 등판 기회를 부여할 경우 그야말로 5~6일에 한번 꼴로 '박찬호 데이'가 열릴 것이다. 한 감독은 박찬호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공공연하게 가중되는 언론의 관심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아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박찬호 숨바꼭질'이 불가피한 이유도 있다. 박찬호의 시범경기 잠정 마지막 선발 등판 예정일인 30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돼 있다. 그럴 경우 박찬호가 31일이나 내달 1일 경기에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고, 류현진이나 안승민과 동시에 출격할 수도 있어 실제로 한 감독이 박찬호를 어떻게 기용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정규시즌서도 한 감독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정규시즌은 엄연히 선발 예고제가 있지만 만약 박찬호가 시즌 초반 선발로 나서 연이어 부진할 경우 한 감독은 또 다시 박찬호의 기용법을 두고 솔로몬의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대화 감독과 기자들의 '박찬호 숨바꼭질'은 정규시즌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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