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담배 끊으면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어요.”
30일 부산 사직구장. 넥센과 롯데의 시범경기가 일찌감치 비로 취소된 가운데 넥센 김시진 감독이 야구 감독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감독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흰머리가 제법 많이 보였다.
김 감독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적이 없다. 항상 그 전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고 말했다. 자나깨나 다가올 시즌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구상한다는 김 감독은 “내가 그래서 담배를 못 끊는 것이다. 담배라도 안 피우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좋아하는 골프도 시즌 중에는 절대로 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프로야구 감독은 총 9명이다. 그러나 이 중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감독은 없을 것이다. 감독은 어디까지나 '비정규직'이다. 성적이 부진할 경우 언제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할지 모르는 직업이다. 혹여 깔끔하게 그만 둔다고 하더라도 향후 지도자 생활 이력에 끝까지 도움이 될 리가 만무하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감독을 시작한 뒤에는 더 늘었다. 감독 생활 처음에는 1,3,5,7회가 끝나면 한 번씩 피웠지만, 나중에는 매 이닝, 혹은 공수교대 때마다 피운 적도 있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담배라도 피워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건강 검진을 했는데, 아직까지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김 감독의 고충은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있었다. “우리 직업이 언론과는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기자들이 다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니지 않느냐. 어떤 기자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빠져나간 뒤, 또 다른 기자가 몰려 오면 같은 질문을 하니까 내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면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못 볼 때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자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참 고맙지만, 그런 고충도 있다”고 웃었다.
그나마 이날은 일찌감치 우천 취소가 돼 사직구장에 덕아웃에 들어온 기자가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만큼은 경기를 하지 않으니 직접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없는 듯했다. 김 감독은 “비 오니 기차 타고 서울 갈 때 잠은 잘 오겠네”라고 웃으며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김시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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