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종범의 은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KIA 이종범이 지난달 31일 밤 갑작스럽게 은퇴를 선언했다. 이종범의 은퇴는 곧 2001년 여름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해태 왕조의 종식을 의미한다. 이종범은 1993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아 해태에 전격 입단했다. 1993년 첫해 이종범은 도루 2위(73개), 득점 1위(85개)에 이어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금세 타이거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종범의 입단 후 해태는 1996년과 1997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했다. 특히 이종범은 1997년 30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내달렸다. 30-60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었다. 이후 1998년 일본 주니치에 진출한 이종범은 2001년 후반기 KIA로 간판을 바꿔 단 타이거즈에 재합류했다.
이종범이 입단한 시절 타이거즈는 현 KIA의 사령탑인 선동렬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가 주축이었다. 이어, 강태원, 김상진, 김정수, 박진철, 이강철, 이대진, 임창용, 조계현, 유동훈, 김종국, 김지영, 김창희, 김태룡, 박재벌, 박재용, 백인호, 이경복, 이호성, 이호준, 장성호, 조현, 최해식, 최훈재, 홍현우 등이 해태의 마지막을 함께한 멤버들이었다.
그러나 이종범의 은퇴로 현재 KIA에 남아 있는 현역 해태 선수는 김상훈, 유동훈 정도다. 그리고 선 감독과 이 수석 외에 이강철, 김종국 등이 KIA의 코칭스태프로 남아 있다. 이종범이 은퇴하면서 마지막 해태 멤버 중 타팀에 현역으로 남아 있는 선수도 4명에 불과하다. 이대진은 LG에, 임창용은 삼성을 거쳐 일본 야쿠르트에, 이호준은 SK에, 장성호는 한화에서 현역 생활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김상진과 이호성은 사망했고, 조계현과 김창희 등은 다른 팀에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 결국, 이종범은 KIA를 지키고 있던 마지막 해태 현역 멤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태는 과거 1986~1989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소위 말하는 '해태 왕조 전성기'를 열었다. 이어 1993년 해태에 입단한 이종범은 2009년 KIA로 우승을 차지하기 전 93년 신인 시절과 96~97년 2연패를 직접 이끌었던, 해태 전성 시절의 산증인이자 마지막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타이거즈에서 현역을 지키고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은퇴를 했다.
이종범의 은퇴는 곧 이제 해태에서부터 타이거즈 정신을 이어온 KIA 선수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1980~90년대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추억의 해태 멤버들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KIA에, 해태 정신이란 없다. 이종범의 은퇴는, 이처럼 한국야구와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어마어마한 사건임을 알 수 있다.
[2009년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한 자리에 모인 타이거즈 레전드(첫 번째 사진),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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