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시 KIA 선동열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밤 KIA의 정신적 지주 이종범이 은퇴를 선언했다. KIA 팬들을 넘어서서 한국야구에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종범은 이번 시범경기서 7경기에 나와 12타수 4안타 타율 0.333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범경기가 마무리되는 1일 현재 고작 13타석에 들어섰던 걸 감안하면, 이종범은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올 시즌 KIA 주요 전력에서 제외됐음을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KIA는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이종범에게 개막 엔트리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실상 올 시즌 주요 전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최근에 전달된 사항이었지만, 이미 이종범의 주요 활동 영역인 KIA 외야에는 이종범이 설 자리가 없었다. 붙박이 이용규는 말할 것도 없고 김상현도 외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KIA가 올 시즌 신종길의 중용을 전격 선언하면서 이종범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물론, 선동열 감독은 이종범에게 최소한의 경쟁을 펼칠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미 시범경기 이전부터 답은 나와 있었다. 이종범은 KIA 외야의 마지막 옵션이었고, 주요 멤버로 올 시즌을 치르기엔 힘들다는 의사를 전한 뒤 이종범은 장고 끝 은퇴를 선언했다. 그것도 정규시즌을 코앞에 두고 말이다.
선 감독은 해태와 주니치 시절 직접 선수단 앞에 서서 분위기를 이끌던 선수는 아니었다. 대신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고, 김응용, 호시노 감독에게 신뢰를 받았었다. 이런 그의 성향은 삼성 감독 시절에도 이어졌다. 선 감독은 삼성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직접 많은 말을 하며 '나를 따르라'식의 성향을 보인 사령탑은 분명 아니었다. 선 감독은 누구보다도 코칭스태프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 따라 선수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를 바탕으로, 어떤 선수가 스스로 한번 아니라고 생각할 경우, 가차없이 전력에서 제외했다. 어떤 방향을 결정할 경우,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거의 매번, 그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기에, 삼성은 선 감독 휘하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선 감독은 삼성 시절 베테랑들을 은퇴시킨 뒤 대부분 코치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선 감독은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양준혁과 이종범을 동시에 은퇴시킨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물론, 선 감독이 양준혁과 이종범에게 직접적으로 은퇴를 종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선 감독은 절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하는 사령탑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양준혁과 이종범은 어느 누구도 쉽게 거취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인물들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이들에게도 예외 없이 단호했고, 가차없었다. 더 이상 선수로 뛰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리자, 과감하게 주요 전력에서 제외했다.
양준혁의 은퇴 때도 그랬고, 이번 이종범의 은퇴 결정에도 여론의 심상찮은 역풍이 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 감독은 언제나 강렬한 빛을 비추는 태양처럼 흔들림이 없다. 양준혁의 은퇴 후, 삼성은 예상을 뒤엎고 201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KIA는 어떤 모습일까. 선동열 감독의 이 같은 이종범 은퇴 결정은, 올 시즌 후 어떻게 평가받게 될까. 그의 곧으면서도 냉철한 리더십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선수를 지도하는 선동열 감독(첫 번째 사진 오른쪽), KIA 이종범.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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