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부산 김진성 기자] “이제 말 안 할랍니다.”
SK 이만수 감독은 언론 친화적인 사령탑으로 유명하다. 항상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고, 또 전문적인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취재원이다.
그러나 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왠일인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종범의 은퇴에 대해 한 마디를 부탁하자 “다른 팀 선수 이야기인데, 내가 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여기까진 이해가 됐다.
그런데 이후 “앞으로 되도록 입을 다물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SK 최대의 관심사인 선발 로테이션을 두고서 결국 “6명의 선발 투수를 상황에 맞춰 기용할 것이다”라고 했지만, “6선발 체제입니까? 누가 들어갑니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언급을 피했다. 또한, 포수를 두고서도 “2명으로 갑니다”라고 말했지만, “박경완과 정상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실제 SK 박경완과 정상호는 나란히 재활 중이다. 개막전뿐 아니라 시즌 초반에는 조인성-최경철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으면 이 감독은 이런 정보를 기자들에게 흔쾌히 말해줬다. 그러나 “미디어 데이에서도 개막엔트리를 말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못박아 버렸다. 왜 이 감독은 이렇게 갑자기 변했을까.
“선수들이 은근히 마음에 상처를 입어요”라는 게 이 감독의 말이다. 이 감독이 팀 정보를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자들이나 팬들과 등을 지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선발진이나 개막엔트리 등등 누가 어떻게 경기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경우 혹여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심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어쨌든, 경기는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만이 나설 수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낙오자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SK는 시범경기 1위를 달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더구나 이 감독은 “선수들이 전지훈련부터 시범경기까지 너무 잘 해줬다”고 칭찬을 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만수 감독의 이유있는 ‘말 안하기’다.
[이만수 감독.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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