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달 31일 안양 KGC인삼공사는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79-80 1점차 석패를 당하고 챔프전 전적 1승 2패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안양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홈 팬들이 있었기에 더 아쉬운 패배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일. 같은 장소에서 또 한번 동부와 격돌한 KGC는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주전 리딩 가드인 김태술과 포워드 양희종이 주전 멤버에서 빠지고 식스맨 이정현과 베테랑 김성철이 선발 투입됐다.
5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3,4쿼터에 승부를 봐야 한다"라고 경기 후반에 포커스를 맞춘 이상범 KGC 감독이 변칙 작전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김성철이 있었다.
경기 시작부터 등장한 김성철은 KGC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찬스에서 귀중한 3점슛 2방을 터뜨렸고 3쿼터에도 한 차례 슈팅 실패를 딛고 3점슛을 성공시키며 팀이 10점차로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31분을 소화하며 3점슛 3방을 포함해 12득점을 올린 김성철은 팀이 73-70으로 승리하는데 공헌했다. 팀의 최고참 선수가 맨 앞에서 솔선수범하니 나머지 선수들이 뛰지 않을리 만무하다.
"선발 출전 소식을 갑자기 라커룸에서 들었다"라고 밝힌 김성철은 "들어가서 상대를 최대한 괴롭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해서 이긴 것 같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자칫 잘못하면 홈에서 동부에 축제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는 김성철의 말은 그의 투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만일 동부에게 4차전 승리를 내줬다면 동부가 5차전을 끝으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기에 5차전까지 홈 코트에서 치르는 KGC 입장에선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일이었다.
안양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가 팀이 고비에 빠졌을 때 적절한 활약을 펼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김성철은 "큰 경기에서는 제 컨디션보다 실력을 발휘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짧게 뛰더라도 수비에서 허슬 플레이를 펼치고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려고 한다"라며 최고참 선수로서 책임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정현이와 (박)찬희가 1쿼터에 들어갈 때 상당한 부담을 안고 들어갔다. 그래서 '야, 작년 멤버 파이팅 한번 하자'라고 말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김태술과 양희종은 군 복무를 마치고 이번 시즌에 복귀했기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했다.
최고참 선수로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김성철은 "나도 선수들보면서 깜짝 놀란다. 다시 비디오로 봐도 '와 진짜 많이 늘었다'라고 느낀다"라면서 자랑스러워했다.
농구 선수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성철이지만 그에게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김성철은 "처음이지만 부담은 없었다. 재밌을 것 같았고 편안했다"라면서 "'아직까지 신이 날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느낀다.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상 목표를 물으면 '시즌 마지막 날까지 농구를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기회가 온 만큼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성철은 올해 우리 나이로 37살이다. 그에게는 이번 결승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항상 매경기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KGC의 승리를 이끈 최고참 김성철(왼쪽).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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