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찬호형 이기도록하겠습니다람쥐.”
KBS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 '꺾기도'가 아니다. 사상 처음으로 열린 감독, 선수들과 함께하는 토크쇼에서 삼성 이승엽이 내뱉은 말이다. 이승엽이 위와 같이 말하면서 2012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린 성균관대 새천년 홀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이승엽은 “전 미디어데이에 처음 와봅니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KBO가 미디어데이를 개최해온 것도 꽤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좀 딱딱했다. 호텔에서, 전형적으로 “올 시즌 목표는 우승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식의 뻔하고 재미없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이에 고심 끝에 KBO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우선 미디어데이의 장소를 성균관대 새천년홀로 바꿨다. 젊음이 넘치는 곳이다. KBO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날 KBO는 총 700명의 관중을 입장시켰다. 대부분 팬들과 성균관대학생들이었다. 700명의 의미는 다름 아닌 올 시즌 관중 동원 목표를 700만명으로 잡겠다는 뜻. KBO의 깊은 뜻을 알았는지 이날 현장에 입장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보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또한, KBO는 이날 색다른 행사를 준비했다. 기존의 미디어데이 행사를 1부에 진행하고, 2부에 감독, 선수와 함께하는 토크쇼를 마련한 것이다. 사전에 팬들에게 받아놓은 질문을 뽑기 방식으로 사회자가 뽑아 제시어에 맞는 유쾌한 토크쇼를 했다. 야구 얘기는 거의 없었다. 주로, 감독들의 별명에 얽힌 얘기, 그라운드 뒷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었다.
홍성흔, 정근우는 이에 신들린듯한 입담을 과시했다. 홍성흔은 “원래 틀에 박힌 말은 재미 없어요. 20년 우승 못했는데 저희 사장님도 한숨을 쉬셨습니다”라고 좌중을 웃겼고, 정근우도 “예전에는 복근이 있었는데 요즘 와이프가 셋째를 가져서 같이 먹느라 식스팩이 없어졌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걸작은 이승엽. 박찬호와의 대결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박찬호는 “저는 불리할 경우 승엽이를 걸러버리면 돼요”라고 점잖게 펀치를 날렸다. 그런데 이를 보고 있던 이승엽이 요즘 KBS 개그콘서트 최고의 유행어인 “찬호형 이기겠습니다람쥐”로 좌중을 한바탕 폭소탄으로 빠트렸다.
KBO 관계자는 “이전까지 미디어데이가 딱딱했는데, 올해는 나름대로 팬들에게 가깝게 가려고 했다”라고 이날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다소 산만한 감이 있었지만, 미디어데이 행사 초반 이진형 홍보팀장도 “미디어를 제외한 팬들은 가세(갓길의 사투리)로 가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관중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일단 내년 미디어데이에도 선수, 감독이 팬들과 함께하는 토크쇼를 개최할 것인지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 그러나 KBO의 색다른 시도는 분명 박수를 받을만하다.
[이승엽. 사진=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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