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트윈스는 지난 9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겨울을 보낸 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전력 면에서는 다른 팀에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LG는 예상과 달랐다. 많은 점수를 먼저 주고도 포기하지 않고, 리드를 잡은 경기는 지켜냈다.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열의도 대단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전력만으로는 시즌 성적을 가늠할 수는 없다.
▲공격력
두 명의 우타자(이택근, 조인성)를 잃어 공격력이 약화됐다. 지난해 외야는 ‘빅5’를 구축했을 만큼 자원이 많았다. 둘 가운데는 조인성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여러 선수가 번갈아 마스크를 쓰며 조인성의 빈 자리를 메우겠지만, 공격에서는 어느 누구도 조인성의 몫을 해내기 힘들다.
이진영이 부활하고 이병규(7번)가 2010년의 모습으로 돌아와 준다면 공격력의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병규(9번), 박용택 등 간판 좌타자들이 분발하지 않는다면 4번으로 낙점된 정성훈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2차 드래프트로 온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거포형 선수가 적은 편이고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어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스피드를 이용해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LG는 이대형, 박용택, 윤정우, 김일경 등 베이스러닝에 능한 선수가 많다.
▲투수력
지난해 선발은 강했지만 세 명이 이탈했다. 특히 13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린 박현준과 마무리로 돌아선 리즈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불펜에서 큰 역할을 했던 임찬규가 선발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주키치를 제외하면 풀타임 선발로 10승을 해낸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진이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것은 14년 전이 마지막이다.
불펜은 송신영과 임찬규가 빠졌지만 더 강해졌다. 리즈가 뒷문지기로 보직을 변경했고, 봉중근, 류택현, 신재웅이 돌아와 불펜을 지킨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한희와 이동현, 우규민도 힘을 보탠다. 지난 시즌처럼 속절없이 역전패 당하는 경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6회 이전에 리드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내야 수비가 좋아졌다는 것은 투수들에게는 호재다. 오지환의 수비가 크게 향상되었고, 김일경이 가세해 투수들은 위기에서 반드시 삼진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작은 차이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레이스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목할 선수-봉중근
지난해 중반 이후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많은 이들이 "봉중근만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팀이 10승 보증수표와도 같았던 봉중근이 건강했다면 팀이 하위권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범경기에서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봉중근은 개막과 함께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
봉중근은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하지만 회복 상태에 따라 향후 선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봉중근은 시범경기 초반 “8월부터 7~80개 까지 던지며 선발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회복 페이스가 빨라 더 이른 시점에 복귀할 수도 있는 봉중근이 선발로 투입된 이후 4~5승을 해준다면 LG에게는 큰 힘이 된다.
▲변수
선발투수가 가장 큰 변수다. 선발투수들이 잘 해주면 지난 시즌에 비해 강화된 불펜이 실력을 발휘한 여건이 마련된다. 반면 선발이 부진하면 리즈가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올해 처음 풀타임 선발 자리를 꿰찬 임찬규와 임정우가 키를 쥐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부상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서동욱은 LG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서동욱이 2루에 고정된다면 다른 포지션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도 서동욱이 여러 포지션을 전전한다면 누군가는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거나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고 봐도 좋다.
▲총평
지난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은 약화됐다. FA 시장에서 투타의 주요 선수 3명을 놓쳤고, 경기조작 사태로 인해 에이스를 포함해 선발투수를 2명이나 잃었다. 보상선수가 팀에 합류하며 유망주들은 많이 확보했지만 당장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즉시전력감은 한정되어 있다. 어느 포지션이든 부상이 생길 경우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하위권에 속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초반에 분위기를 잡아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 초부터 연패에 빠지면 선발진이 강하지 않은 팀들은 4월부터 주저앉는 경우도 생긴다.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던질 봉중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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