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야말로 양희종의 재발견이다.
안양 KGC인삼공사 양희종이 챔피언결정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MVP는 오세근이 가져갔지만, 또 한 명의 수훈 선수로 양희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양희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평균 11.7득점 4.2리바운드 2.2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하며 수비만 잘하는 반쪽자리 선수라는 세간의 오명을 벗었다.
사실 양희종은 연세대 시절 공격력이 좋았다. 외곽슛은 날카롭지 않았지만, 돌파와 중거리 슛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207-2008시즌 KT&G에 입단한 뒤 공격력이 좋은 용병들 틈바구니 속에서 공격 본능을 감춰야 했고, 수비에 치중했다. 급기야 적게 돌아오는 공격 찬스에서도 번번이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실망을 안겼다. 그렇게 대다수의 국내 유망주 선수가 프로 입단 후 밟는 전철을 양희종도 밟는 듯했다. 그건 곧 반쪽자리 선수로의 전락을 뜻했다.
올 시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군 복무 후 사실상 첫 시즌이었지만, 김태술, 오세근, 로드니 화이트사이에서 공격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배들인 박찬희와 이정현의 패기에도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4강 플레이오프서 KT를 제압하고 동부와 만날 것이 확실시된 순간에도 양희종이 시리즈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양희종은 생애 처음으로 가장 큰 무대에 서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2차전서는 드롭 존 디펜스의 선봉에 서며 화제가 됐고,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윤호영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등 주전공인 수비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공격에서도 외곽슛이 폭발하며 KGC의 당당한 공격의 축이 됐다. 특히 5차전 박빙 상황에서 연이어 3점포를 터트리는 등 3쿼터에만 13점을 기록한 게 돌이켜보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KGC쪽으로 가져온 계기가 됐다. 동부는 그때부터 완전히 멘탈 붕괴가 됐다.
6차전서도 비록 득점은 6점에 그쳤지만, 경기 종료 9.8초 전 64-64 동점 상황에서 천금 같은 중거리슛을 터트리며 팀 우승을 기어코 자신의 손으로 확정 지었다. 챔피언결정전 MVP는 후배 오세근에게 넘겨줬지만, 숨은 MVP, 아니 당당한 KGC 우승의 주연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이번 챔프전은 양희종 시리즈였다.
양희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오명을 벗었다. 수비력만으로도 꾸준히 국가대표팀 명단에 올랐던 그였기에, 그의 공격력 폭발은 KGC뿐 아니라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 그렇게 들어가지 않던 외곽슛이 가장 중요한 순간 엄청나게 터진 양희종. 한국농구의 소중한 포워드 자원임이 틀림없다.
[레이업 슛을 시도하는 양희종. 사진= 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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