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제 투구폼이 특이한 줄 몰랐어요”
롯데의 올 시즌 새로운 비밀병기로 대졸 신인 '산체스' 김성호를 꼽을 수 있다. 덕수고-동아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지명받아 롯데에 입단한 김성호는 무성한 콧수염으로 '산체스'라는 별명을 얻었고, 예상 외로 프로 선배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볼을 던질 줄 아는 담대한 모습으로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김성호가 콧수염이 있어서 주목을 받은 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건 특이한 투구폼으로 지금까지 나름대로 잘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는 와인드 업을 할 때 허리를 크게 숙인 뒤 잔뜩 웅크린다. 그러나 막상 던질 때는 다시 스리쿼터에 가깝게 팔 각도를 살짝 올려서 던진다. 언뜻 보면 하체의 힘보다는 팔로 던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본인은 “원래 그렇게 던졌기 때문에 편안해요. 팔이나 어깨에 전혀 부담이 없어요”라고 말한 데 이어 “제 투구폼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특이한 줄 몰랐어요”라고 웃었다. 롯데 코칭스태프도 이런 김성호의 투구폼을 인정했다고 한다. 딱히 손을 댈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이미 그 폼으로 동아대 시절인 2009년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서 서울문화예술대를 상대로 노히트로런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치른 바있다.
프로 입단 후 시범경기서도 호투한 데 이어 7일 한화와의 개막전서도 3-1로 앞선 8회초에 등판한 김성호는 양성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데 이어 이여상을 몸에 맞는 볼로 내줬지만, 정범모를 초구에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내며 가볍게 1이닝을 막아내고 프로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싱커와 투심패스트볼의 떨어지는 각도도 예리하고 폼이 특이하다 보니 타자들이 아직 타격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후 김성호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다르지만, 긴장하지 않았다”라고 입을 연 뒤 “삼진을 잡았던 양성우는 2007년 덕수고 시절 봉황대기 결승전서 끝내기 몸에 맞는 볼을 내준 선수였다. 그런 선수에게 삼진을 잡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할 정도로 승부욕을 보였다. 이어 “산체스라는 별명 때문에 저를 잘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라고 별명에 대해서도 애착을 보였다.
당분간 김성호는 롯데 불펜의 필승조로 활약할 전망이다. 임경완이 SK로 이적한 데다 정대현은 무릎 수술 후 재활을 하고 있다. 이재곤도 이제 롱토스 중이다. 때문에 롯데 마운드는 현재 김성호를 제외하면 옆구리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시범경기 활약과 개막전 호투만 본다면 단순히 불펜 한 자리가 비어서 비슷한 투구 유형의 김성호가 중용됐다고 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콧수염으로 주목을 받았고, 두번째는 특이한 투구 폼으로 주목 받았다면, 이제 당당히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래저래 이야깃거리가 많은 김성호가 롯데 불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독특한 자세로 투구하는 김성호. 사진=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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