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57km.
아무리 강철어깨라도 시속 157km의 공을 던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7일 사직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 나선 롯데 최대성이 단 1이닝 25개의 공을 던지며 최고 구속 157km를 기록했다. 사직 구장에 들어찬 관중들은 일제히 최대성의 일구 일구에 집중했고, 전광판 스피드건에 연신 150km이 넘게 찍히는 모습을 보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날 최대성은 투구 내용이 썩 깔끔하지는 못했다. 3-1로 앞선 6회초 2사 2,3루 동점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최대성은 대타 연경흠에게 7개의 공 모두 직구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7회 장성호와 김태균을 연이어 3루 땅볼로 처리했지만, 최진행과 이대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이명우에게 넘겼다. 이명우가 강동우를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최대성의 실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1이닝 2피안타 무실점.
2008년 5월 7일 사직 한화전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공익근무요원을 하며 재활을 했다. 팔꿈치 수술을 하면 구속이 빨라진다는 속설이 있으나 이는 전혀 검증된 게 없고 오히려 KIA 서재응이나 삼성 배영수처럼 구속이 느려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대성은 재활에 충실했고, 이날 3년 11개월만의 실전 등판서 여전히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값진 홀드를 따냈다.
하지만,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최대성이 3년 11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뿌릴 줄 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날 157km는 군복무 전보다 구속이 더 나온 것이다. 아무리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시속 150km이상을 던지는 투수도 따지고 보면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155km을 넘기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대성은 이날 꾸준히 150~155km의 공을 던졌다. 그것도 정직하게 직구로만 승부하며 한화 타자들을 농락했다.
155km가 넘는 빠른 볼은 투수의 로망이자 팬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다. 현대 야구에서 투수 제구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의 볼은 기본적으로 위협적이다. 또한, 아무나 던질 수 없기에, 희소가치가 높다. 관중 입장에서는 더욱 집중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날 최대성이 마운드에 오른 뒤 웜업으로 직구를 ‘팽’하고 원바운드로 던지는 것 조차 부산 팬들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다.
롯데 팬들은 지금 볼거리에 목이 말라 있다. 홈런을 뻥뻥 쳐내며 팬들의 갈증을 씻어줬던 이대호는 오릭스로 떠났다. 물론 롯데 팬들은 롯데의 승리를 위해 경기장을 찾지만, 롯데의 승리 못지 않게 이대호의 홈런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에게 롯데의 승리 외 이렇다 할 확실한 부수적인 관심사는 없다. 그런 가운데 최대성의 157km는, 분명 팬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롯데가 설령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관중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최대성이 155km를 상회하는 직구를 포수의 미트에 “펑”하고 꽂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속이 후련할 것이다. 심지어 웜엄 때 패대기가 된 투구마저 놀라움을 표시했으니 말 다했다.
아울러 최대성이 제구력까지 다듬어 확실한 마무리로 거듭날 수 있다면, 현역 최고 마무리인 삼성 오승환과의 강속구 전쟁도 볼만할 것이다. 이렇듯 최대성의 157km는 잠시 멀어졌던 부산 야구 팬들을 모을 수 있는 기폭제와도 같다. 최대성의 157km가 롯데 팬들의 잠들어있던 야구 혼을 깨우고 있다.
[모자를 벗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최대성. 사진=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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