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차라리 스탠딩 삼진을 먹는 게 나아요.”
롯데의 간판타자가 스탠딩 삼진을 당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말을 듣고서 아무도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속 깊은 마음에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롯데 캡틴 조성환이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처럼 지극하다. 바로 실천에 옮겼다. 7일 한화와의 개막전서 2번 타자와 2루수로 출장해 류현진을 상대로 2012년 전체 1호 홈런을 가동하며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한 조성환은 8일 경기서도 2번 타자와 2루수로 출장해 5타수 3안타 2득점으로 중심타선에 완벽하게 밥상을 차렸다.
조성환은 지난 시즌 타율 0.243 6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8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한때 3번 타자였던 그는 지난 시즌 초반 상위 타순에 포진됐지만, 부진을 거듭하면서 7번 혹은 8번 타순으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결국 조성환이 살아야 팀 타격이 살아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올 시즌 초반부터 다시 2번에 배치하는 믿음을 보여줬다.
근본적으로 조성환은 큰 스윙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대신 정확한 타격으로 루상의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장타 위주의 스윙을 하는 선수가 많은 롯데 타선에 꼭 필요한 테이블세터 요원이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초창기 시절에도 3번 타순에 들어섰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조성환에게 테이블세터 겸 해결사 역할을 맡길 정도였다.
쾌조의 타격감을 보인 개막 2연전서도 조성환의 이런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비마다 안타 혹은 진루타로 부지런히 직접 루상에 나가거나, 루상에 있는 주자를 진루시켰다. 타점은 2경기서 솔로홈런 포함 2점이었으나 득점은 3점이었다. 조성환이 있었기에 전준우, 홍성흔, 강민호, 박종윤으로 이어지는 롯데 중심 타선의 위력이 배가됐다. 사실상 조성환부터 중심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 투수로선, 당연히 조성환의 정확한 타격이 부담스러웠다.
이런 조성환은 8일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에게 홈런을 친 소감으로 “베트에 공이 와서 맞은 거에요”라고 놀라워했다. 큰 스윙도 아니었고, 라인 드라이브로 담장을 넘긴 홈런이었다. 절대 개인 욕심을 내세운 타격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타격감이 좋다는 뜻이다. 오히려“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충실히 올 시즌을 준비했다. 아직 예전 감각을 찾으려면 적응이 더 필요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또한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했다. “득점타를 칠 생각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 내 역할은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찬스에서 도저히 치지 못할 공이라면 병살타를 치는 것보다 스탠딩 삼진을 당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득점 찬스에서 아웃 카운트 2개의 병살타로 찬스를 무산시킬 바에야 자신이 삼진을 당해 아웃카운트 1개만을 추가한 채 찬스를 연결하는 게 낫다는 의미였다. 이럴 경우 자기 자신은 타율이 내려가지만, 결과적으로 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성환은 개인 성적이 떨어질 수 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조성환은 “(이)대호가 빠져서 우리팀 타선을 두고 말이 많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내 할 일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개막 2연전서 고스란히 기자들에게 한 말을 실천했다. 조성환이 있어서 롯데 타선이 든든하다.
[집중력 있게 타격하는 조성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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