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강의 위상은 굳건한가.
삼성이 홈에서 충격적인 개막 2연패를 맛봤다. 그것도 최약체로 꼽힌 LG에 2연속 패배했다. 삼성이 자랑하는 지키는 야구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타선은 이틀 연속 뒤늦게 터진데다 LG 마무리 리즈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마운드에서는 7일 개막전서 에이스 차우찬이 조기에 무너졌고, 8일 경기서는 벤치에서 장원삼의 교체 시점을 놓치고 말았다.
▲ 1강? 시범경기부터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시즌 우승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이승엽을 영입해 완벽한 투타를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범경기부터 개막 2연전까지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 개막전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며 완승한 뒤 연이어 5연패를 맛봤고, 시범경기 마지막 주에서 3승 1패를 거뒀지만, 삼성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발동된 건 지난 3월 28~29일 롯데와의 2연전뿐이었다.
시범경기를 힘겹게 4승 6패로 마친 삼성은 개막 2연전마저 맥없이 내줬다. 투타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시범경기는 원래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실험의 성격이 강하다. 반대로 상대도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기본 전력이 강한 삼성이 우세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마지막 주에는 불펜 투수들이 연이어 불안했고, 타자들은 시범경기부터 개막 2연전까지 꾸준하게 답답했다. 이승엽,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중심 타선은 그럭저럭 제 몫을 해줬지만 그들을 감싸는 다른 타자들이 앞뒤에서 찬스를 툭툭 끊었다.
일부러 페이스를 조절한다기보다 나름대로 전력을 다하는 데 상대를 압도하는 맛이 전혀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시범경기 마지막 주부터 실전모드로 나선다고 말했으나 예상 외로 선수들의 경기력이 살아 오르지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 깨지 못한 징크스, 왼손 부담 떠안다
LG와의 개막 2연전은 왼손 전쟁이었다. LG는 삼성을 의식해 왼손 투수를 개막 엔트리에 잔뜩 넣었다. 타선도 왼손 타자들을 전진 배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완패했다. 개막전서 차우찬이 이병규에게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맞았고, 8일 경기서는 LG 표적 선발 이승우에게 쩔쩔맸다. 에이스 주키치에게도 꼼짝하지 못했다.
삼성은 원래 왼손 선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사실 데이터 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전통적으로 왼손 선발, 특히 낯선 왼손 투수에게 많이 약했다. LG 김기태 감독도 이를 노리고 개막 2연전을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삼성이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개막 2연전서 이런 이미지가 심어지면서 향후 다른 팀들도 삼성전서 왼손 투수들을 줄줄이 등판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 자체가 타자들에게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고, 실제 경기서 부진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 험난해진 초반 레이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1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한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삼성만의 페이스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선발진이 경기 초반에 적절하게 막아준 다음 타선의 득점으로 경기 중, 후반 박빙 승부를 만들어 불펜 싸움으로 몰아야 한다. 결국 이번 주가 1차적인 고비다. 2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초반에 승수 적자가 더욱 커질 경우 의외로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다른 팀들에 삼성은 의외로 해볼 만한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총력전을 펼칠 경우 쉽게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 그럴수록 삼성도 더욱 진이 빠질 것이다. 초반부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상대가 지레 전력을 다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칠 기회를 잃어 버릴 위기에 놓였다.
자고로 4월에 밀려나는 팀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힘들다. 올해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지난해 시즌 중반에 치고 올라갔지만, 사실 올해 또 그렇게 되라는 법은 전혀 없다. 시즌 초반에 약한 모습을 이어갈수록 순위 싸움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고, 심리적으로 조급해질 수 있다. 정규시즌 선두 싸움을 하려면 4월에 치고 나가야 하고, 그러려면 이번 주에 어떻게든 승패 적자를 만회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제는 1강 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안타 치고 하이파이브하는 최형우(위), 표정이 밝지 않은 이승엽과 최형우, 채태인(아래).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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