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30년 지기는 그렇게 눈물로 친구의 은퇴식을 축하했다.
'영원한 어린왕자' 김원형 SK 와이번스 루키 투수코치가 은퇴식을 갖고 공식 은퇴했다. 김원형은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과 관중들의 축하 속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은퇴식에서는 김원형과 박경완의 30년 우정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었다. 김원형과 박경완은 전주 중앙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배터리를 이뤄왔다. 커브가 힘이 없어 각만 컸던 초등학생 때도, 프로 데뷔 이후 명품 드롭커브로 수많은 타자들을 돌려세울 때도 그의 공이 도착한 곳은 박경완의 미트 속이었다.
때문에 이날 은퇴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원형에게도 박경완이라는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그는 "(박)경완이가 내가 은퇴한다고 하니 많이 아쉬워하더라. 예전에 농담삼아 은퇴를 같이 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라고 말하며 아쉬움이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은퇴식.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원래 눈물이 없다.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말한 김원형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30년 지기를 보내는 친구의 눈은 그렇지 못했다. 박경완은 김원형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 위해 서 있는 동안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맺혔다.
행사 이후 박경완은 "당사자는 담담한데 내가 더 슬픈 것 같다"며 "꽃다발을 들고가는데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일에 의미 부여하면 더 슬퍼지는것 같다. 이제 32년간 같이 배터리를 이룬 친구의 공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묘해진다. 친구의 앞날에 축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말했다.
사실 꽃다발 전달 속에도 30년 우정이 담겨 있었다. 당초 이날 은퇴식 행사 계획에는 신영철 사장과 양 팀 선수의 꽃다발 증정 계획만 있었다. 그런 가운데 박경완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김원형을 위해 꽃다발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결국 이뤄졌다. 꽃다발 전달 이후 김원형과 박경완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30년 우정을 확인했다.
2010년 9월 10일. 김원형과 박경완이 공식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배터리를 이룬 날이다. 이제는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이지만 30년 우정만큼은 그 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은퇴식에서 꽃다발 전달 행사 이후 포즈를 취한 김원형(왼쪽)과 박경완. 사진=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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