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기묘한 만남이다. 삼성 류중일(50) 감독과 KIA 선동열(50) 감독이 드디어 역사적인 첫 맞대결을 갖는다.
10일부터 12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KIA-삼성 3연전은 두 팀이 처한 입장을 떠나서 양팀 사령탑에게도 의미가 깊다. 류 감독과 선 감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7년간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류 감독은 1998년 은퇴 후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수비, 작전 코치를 삼성에서만 해온 대구 야구의 적통이다. 반면 선 감독은 1999년 주니치에서 은퇴한 뒤 2004년 삼성에 수석코치로 입단했고, 이듬해인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감독을 맡았다. 즉, 류 감독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수비코치로서 선 감독을 보좌한 셈이다.
▲ 6년간 보좌, SUN의 영향을 받은 류중일 야구
선 감독은 6년간 누구보다 수비, 작전 코치이던 류 감독을 믿었다. 지키는 야구를 강조하면서도 작전수행능력을 강조하던 선 감독의 의중을 류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6년간 삼성의 한국시리즈 2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이끌었다. 때문에 아무래도 류 감독은 선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류 감독은 선 감독이 토대를 만든 투수진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지금도 그 근간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선 감독이 데려온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를 류 감독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류 감독은 선 감독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감독 첫 시즌에서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를 능숙하게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동력과 수비를 강조하고 부상자 관리를 확실하게 하는 것, 위기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에서도 류 감독과 선 감독은 닮았다. 그래서일까. 두 감독은 감독 데뷔 첫 시즌 통합 우승(2005년, 2011년)을 일궈낸 공통점이 있다.
▲ 류중일과 선동열은 다르다
하지만, 선 감독이 사퇴한 뒤 지휘봉을 잡은 류 감독은 선 감독과 다른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해 재료가 같더라도 주방장이 다르면 다른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지키는 야구를 하는 건 맞지만, 좀 더 선 굵은 공격야구를 지향한다. 투수진도 변형 6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선발진의 비중을 최대한 늘려 불펜진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편이다. 반면 선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지향하는 건 맞지만, 상대적으로 작전의 가미가 많고, 6선발 로테이션을 신봉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령탑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사령탑이 드디어 공식 첫 맞대결을 갖는다. 이미 3월 29일 대구에서 시범경기로 조우를 하긴 했다. 당시 삼성이 치고 받는 난전 끝 역전승을 따냈지만,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였다. 두 사령탑은 최대한 경기에 개입하는 걸 자제한 채 선수들 테스트와 컨디션 조절에 역점을 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한해 농사에 직결되는 정규시즌이다. 류 감독은 6년간 선 감독을 보좌하면서 느꼈던 걸 응용해 선 감독을 넘어서려고 하고, 선 감독은 삼성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두 감독의 지략싸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선 감독은 삼성 시절 보여줬던 색깔을 현재 KIA에서 100%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옥에 티다. KIA는 현재 부상 선수가 대거 발생해 100% 전력이 아니다. 때문에 선 감독은 잡을 경기만 잡고 안전운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류 감독은 시즌 초반 전력질주를 선언했다. 이런 시각 차에 의해 근본적으로 이번 3연전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소 다를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의 벤치워크에 선 감독의 색채가 얼마만큼 녹아있는지, 선 감독은 그걸 어떻게 역이용할지 지켜보는 게 관전포인트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류중일 감독과 선동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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