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비구름이 내 마음과 같네.”
10일 광주구장. 나란히 개막 2연패를 당한 KIA와 삼성의 첫 맞대결은 아침부터 내린 비로 취소됐다. 오후 4시쯤 비가 그쳤지만, 그라운드가 질퍽해져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었다. 이에 KIA 선동열 감독이 덕아웃에 돌아오면서 하늘에 잔뜩 깨여있는 먹구름을 보고 기가막힌 말을 내놓았다. “비구름이 내 마음과 같네.”
고향 광주에서 힘찬 항해를 시작한 선동열 감독은 시즌 초반 심기가 편하지 않다. 개막 2연전서 연패를 한 게 속상해서가 아니다. 바로 부상 선수가 속출한 팀내 사정 때문이다. KIA는 허벅지, 손목 통증이 있는 이범호, 손바닥 수술을 받게 돼 전반기 컴백이 불투명한 김상현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마운드를 보더라도 라미레즈 양현종 김진우 손영민 등이 줄줄이 이탈해 있다. 그나마 한기주와 심동섭이 가까스로 개막전에 맞춰 1군에 들어온 상태다. 선 감독은 급기야 올초 팀 이탈 파동을 겪은 뒤 2군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던 최희섭을 이날 1군에 등록시켰다.
선 감독은 “부상 선수들 마음 속에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고”라며 부상자 속출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이어 “우리 입장에서야 하루라도 경기가 뒤로 밀리는 게 좋다. 5선발도 마땅한 후보가 없는데 다행이다”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KIA는 11일 윤석민을 그대로 선발로 낼 예정이다.
이어 선 감독은 “4월에는 5할 승률만 해도 7~8월 7할 승률을 하는 것과 같다”며 KIA의 현 전력으로는 5할도 버겁다고 설명했다. 선 감독은 아예 “4할만 해도 나쁘지 않다. 4월이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기묘한 용병술을 쓰더라도, 주전 투수들과 중심 타자가 연이어 빠져나간 상황이라면, 승수를 쌓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급기야 선 감독은 “다른 팀들은 지금 KIA를 만나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선수들 앞에서는 전혀 동요를 하지 않는다고. “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에서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모두 발휘해라.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그나마 KIA에 이날 비는 고마운 비다. 부상 선수가 많은 사정에서 한 경기라도 9월 이후로 밀리는 게 낫다. 올 시즌을 앞주고 야심차게 선동열 감독을 영입한 KIA이지만, 정작 SUN은 태양이 뜰 수 없는 먹구름이 낀 날씨에 안도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선동열 감독.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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