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김기태 감독은 8일 대구 삼성전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8일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LG 좌완 이승우는 4회까지 무실점 호투 중이었다. 그리고 5회에도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하지 않고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냈다. 여기서 김기태 감독은 투수를 교체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우완 유원상이었다. 잘 던지고 있던 좌완을 빼고 좌타자 이승엽의 타석에 우완을 넣은 것이다. 이승엽의 뒤에는 최형우까지 버티고 있어 김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2사 2루에서 유원상이 이승엽에게 투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내야안타를 내줬지만 최형우를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유원상은 삼성 타순이 한 바퀴를 돌 때까지 버티며 타석에 돌아온 이승엽에게 삼진을 빼앗아내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결국 LG는 0-0에서 8회에 3점을 뽑고 삼성에 3-2로 승리하며 2연승했다.
김 감독은 우천 취소된 롯데와의 1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원래 왼손타자 때는 왼손투수를 투입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투수마다 공이 다르고 타자마다 스윙 스타일이 다르다.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7일 경기에서)우동균 타석에 우규민을 그대로 둔 것도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결과론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당시 유원상의 구위가 이승엽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우규민 역시 우동균을 묶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승엽이 이전 두 타석에서 이승우에게 우전안타 두 개를 뽑아낸 것 역시 고려사항이었을 것이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상황에서 앞선 두 타석에 안타를 뽑아낸 타자를 두고 교체를 고민하지 않는 것도 감독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다.
감독들은 매 순간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매 상황마다 둘 가운데 한 명의 감독만이 웃을 수 있다. 언뜻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하며 물고 늘어져야만 하는 감독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하는 김 감독의 말이었다.
[LG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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