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릎 꿇고 사과했다고 하더라고.”
남자는 곧 죽어도 자존심만은 굽히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신년벽두부터 팀 이탈 파동을 겪었던 KIA 최희섭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극적으로 1군에 전격 합류한 최희섭은 선수단과 선동열 감독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특히 선수단 회식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꼭 최희섭이 무릎을 꿇어서 1군에 등록된 건 아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최희섭의 진심을 느꼈고, 때마침 김상현과 이범호가 동시에 1군에서 제외되면서 중심 타자가 필요했다. 결국, 최희섭은 10일 1군에 복귀해 힘차게 1군 팀 훈련을 시작했다.
선 감독은 10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희섭이가 선수단 회식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했다”라고 밝혔다. 선 감독은 최희섭이 그 정도의 진정성은 당연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어 “오늘 잠깐 희섭이와 얘기를 했다. 희섭이가 불러주셔서 감사 드리고 열심히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더라”는 사연을 담담하게 소개하며 “그래, 잘해라”라고 웃었다고 전했다.
선 감독은 원래 선수들에게 살가운 성격은 아니다. 다소 무뚝뚝한 편이다. 하지만, 한 번 믿음을 보낼 경우 쉽게 거둬들이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1군에 등록됐다고 해서 선 감독이 최희섭에게 믿음을 준 건 아니다. 선 감독은 “아직 시기상으로 이른 감이 있는데, 지금 3,4번을 칠 선수도 없고, 2군에서도 몸 상태가 좋다고 하고”라며 팀 사정에 의해 1군에 올린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직, 진심으로 용서한 건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최희섭이 보여줄 건 결국 실력이다. 실력으로 선 감독에게 믿음을 얻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최희섭에게는 기회다. KIA 타선은 현재 정상이 아니다. 나지완이 4번 타자로 개막 2연전에 나섰지만, 나지완의 앞, 뒤에서 중심 타선을 구성할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범호와 김상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희섭은 나지완과 함께 3,4번 타순 혹은 4,5번 타순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부상병이 속출한 가운데 최희섭이 결정적인 한 방을 작렬한다면, 개막 2연패에 빠진 KIA도 좋고, 최희섭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살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1군에 합류한 최희섭은 잠시도 쉴 틈을 보이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일 광주구장 옆 비닐하우스에서 동료들보다 앞장서서 충실히 타격, 수비 훈련에 임했고, 선배들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지난해 뇌진탕 후유증을 겪은 삼성 채태인과도 길게 얘기를 나눴고, 이승엽이 부르자 한걸음에 달려가 인사를 한 뒤 역시 길게 얘기를 나눴다. 이런 모습 자체가 최희섭이 선수단에 융화되려고 하는 노력인 듯 하다.
선 감독과 최희섭이 아직 화해를 한 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선 감독은 아직 최희섭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희섭은 노력하고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KIA에는 긍정적인 일이다.
[최희섭을 1군에 전격 합류시킨 KIA 선동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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