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빗줄기를 이겨낸 멋진 투수전이었다.
13일 대구구장. 삼성과 넥센의 시즌 첫 맞대결이 열렸다. 선발 투수는 삼성 우완 브라이언 고든과 넥센 좌완 앤디 밴헤켄이었다. 둘은 수준급 투수로 알려져 있었지만, A급 용병 투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더구나 이날 하루 종일 대구구장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심지어 경기 중반까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으레 투수에게 불리하다. 공을 던질 때 비를 맞게 될 경우 공이 손에서 빠질 수 있어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은 예상 외로 6회까지 팽팽한 0의 균형을 이끌었다. 세간의 평가를 뒤집은 멋진 투수전이었다.
▲ 고든, 이닝 소화가 약점? 편견을 깨다
고든은 지난 시즌 SK에서 뛰며 주로 5~6이닝 소화에 그쳤다. 미국에서도 계투요원으로 자주 출격했다. 그러다 보니 이닝소화능력에는 물음표가 달렸었다. 지난해 SK에서도 그리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 우려를 불식시켰다. 고든은 회까지 피안타 무실점으로 버티며 넥센 타선을 농락했다. 삼성은 애당초 고든을 불펜 요원으로 기용하려고 했지만, 첫 선을 보인 결과 고든은 든든한 선발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
직구 위주의 시원스러운 피칭이 돋보였다. 1회초 2사 후 이택근에게 12구 접전을 펼쳤으나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2회와 3회 삼자범퇴로 넥센 타선을 무력화시킨 고든은 4회에 볼넷 2개를 내줬으나 강정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5회도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6회에는 서건창에게 선두타자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민우와 이택근을 차례로 삼진 처리했다. 커브도 간혹 섞었으나 주로 직구위주의 승부였다. 볼 카운트 승부를 길게 가져가는 경향이 짙었지만, 고든의 볼끝의 힘은 경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테미너가 돋보인 투구였다. 7회초 선두 타자 강정호에게 2루타를 맞고 내려갔지만, 111개의 공을 6⅓이닝동안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으로 막아내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 밴헤켄, 타점 높은 몸쪽 변화구는 OK, 그러나 기습 도루에 당하다
반면 밴헤켄은 고든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밴헤켄은 193cm라는 큰 키에서 보듯 타점 높은 투구가 최대 무기다. 그러나 직구보다 변화구 제구력에 오히려 강점을 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대 중반이었지만, 커브, 슬라이더 등을 활용해 삼성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렸다. 주로 구속 조절을 통한 것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효과를 봤다.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이승엽과 만난 밴헤켄은 초구에 투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몸쪽으로 휘는 커브였다. 2회말에도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강봉규와 박석민을 범타 처리했다. 3회에도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배영섭과 이승엽을 처리했다. 위기를 맞을수록 타자의 몸쪽에 붙이는 변화구가 단연 돋보였다. 낙차 큰 변화구에 삼성 타자들이 옳게 대처하지 못했다. 4회에도 2사 2루, 5회에도 2사 3루 위기를 버텨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밴헤켄의 변화구 제구력은 예리했다.
하지만, 밴헤켄은 이승엽의 기습도루에 당하고 말았다. 6회말 선두 타자 이승엽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후속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방심을 했다. 후속 박석민 타석에서 볼카운트 1-0에서 고든의 떨어지는 볼에 박석민이 헛스윙한 사이 이승엽은 2루 도루에 성공했고, 결국 박석민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하며 불의의 선취점을 빼앗겼다. 하지만, 밴헤켄은 7회 1사 2루 상황까지 105개의 공을 던져 6⅓이닝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수준급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이승엽의 재치에 두 투수의 승패가 엇갈리고 말았다.승자는 고든이었지만, 고든과 밴헤켄 모두 경기 초반 빗줄기를 맞으며 각기 다른 방법으로 호투를 펼쳤다.
[호투를 펼친 삼성 고든.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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