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승엽이 삼성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시원한 홈런포가 아닌 주루와 수비에서 재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삼성의 2연승을 이끌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승엽이 그럴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으로 가득한 13일 대구구장이었다.
이날 삼성과 넥센은 시즌 첫 맞대결을 가졌다. 삼성 선발 브라이언 고든과 넥센 선발 앤디 벤 헤켄이 나란히 7회 1사까지 마운드에서 버티며 호투를 선보였다. 그때까지 양팀은 0의 행진을 계속했다. 이럴 때 승부는 으레 결정적인 한, 두 가지 플레이에서 갈리는 법이다. 그건 때로는 결정적인 한 방일 때도 있지만, 수비와 주루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이날은 바로 후자였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삼성 이승엽이었다. 6회말이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했다. 이어 최악의 타격감을 보인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며 1사 1루가 됐다. 또다시 공격 흐름이 끊긴 것이다. 1루에 서있던 이승엽은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후속타자 박석민이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에 헛스윙을 하자 기습적으로 2루 도루를 감행했다. 놀란 넥센 포수 강귀태는 송구 타이밍이 한참 느렸다. 넥센 내야진도 전혀 이승엽의 도루에 대비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1사 2루 득점권 상황이 됐고, 타석의 박석민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를 툭 건드려 좌중간에 타구를 떨궜다. 짧은 안타였다. 그러나 이승엽의 기습 도루에 당황한 넥센 좌익수 조중근은 쉽게 원바운드로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바로 포구하지 못해 한번 펌블을 했고, 그 사이 3루에 도달해있던 이승엽은 그대로 홈까지 내달려 선취점을 따냈다. 그야말로 이승엽의 발이 만든 1점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넥센도 7회초 곧바로 기회를 맞이했다. 1사 1,2루 상황이었다. 대타 오윤이 친 타구는 투수와 1루수 사이 내야에 애매하게 떴다. 고의낙구를 할 경우 더블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 때문에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이럴 경우 타자는 내야수가 타구를 처리하든, 하지 않든 자동 아웃이고 주자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베이스 태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애매하게 뜬 타구에 1루 주자 오재일은 심판원의 인필드 플라이 사인을 보지 못한 채 2루로 뛰었다. 타구를 잡기 위해 슬라이딩을 시도한 삼성 1루수 이승엽은 그대로 타구를 잡은 뒤 재빨리 뒤로 돌아서서 1루 커버를 들어오던 조동찬에게 볼을 토스했고, 오재일은 그대로 주루사하고 말았다. 플라이 타구 때 베이스 태그는 어디까지나 수비수가 볼을 잡은 뒤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오재일은 1루로 돌아와야 했고, 이승엽은 순간적인 재치로 뒤로 돌아 오재일을 아웃시킨 것이다. 순식간에 더블아웃이 됐고, 넥센의 추격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결국 삼성은 7회말 1점을 추가해 경기를 그대로 마무리 지었다. 2-0 승리로 2연승을 달렸다.
이승엽은 9년 통산 도루가 35개에 불과하다. 이날 도루로 프로통산 도루가 36개에 불과할 정도로 도루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이날 도루는 2003년 8월 22일 대구 현대전서 도루를 성공한 뒤 3057일 만의 도루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결코 주루 센스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 아울러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재치를 발휘하며 주루사를 이끌어냈다. 이승엽의 두 번의 재치에 팽팽하던 균형은 삼성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야구는 꼭 뻥뻥 때려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뻥뻥쳐서 팀 승리를 이끄는데 익숙한 이승엽이지만,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어떻게든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전력질주하는 이승엽.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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