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불혹의 나이에 재활을 선택해 돌아온 LG 류택현(41)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마운드에 많이 오른 투수가 됐다. 류택현은 13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등판하며 814경기 출장으로 조웅천의 기록을 넘어선 신기록을 작성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류택현은 기록은 물론 선수생활 자체가 불투명한 위치였다. 은퇴하고도 남을 만큼 선수로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 수술과 재활을 선택했고, 선수 복귀를 한다고 해도 자리가 있을지 여부가 미지수였다.
하지만 류택현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돌아올 날만을 기다렸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투구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개막 2연전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1이닝을 잘 막으며 96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류택현은 이제 당당한 LG의 필승계투조다. 앞서고 있거나 동점인 상황에서만 등판한다. 등번호(90번)에서 알 수 있듯 선수라기보다는 코치로서 젊은 투수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류택현은 마운드 위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류택현의 기록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은 30세 이후 경기 출장수다. 우리나이로 29세이던 1999년 이전까지 류택현은 198경기 출장에 그쳤다. 814경기 중 나머지는 모두 서른이 되고 나서 쌓은 것이다. 누구보다 철저했던 자기관리를 엿볼 수 잇는 부분이다. 30세 이후 600경기 이상을 출장한 투수는 프로야구 역사상 류택현과 가득염 둘 뿐이다.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 둘인 류택현은 모두가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들 했던 길을 돌아 지금 서 있는 자리까지 왔다. 수술과 이를 위한 미국 체류비용 등을 모두 자비로 해결하며 재활에만 매진했던 이야기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류택현은 각광받지 못한 커리어를 보냈다.
하지만 관심받지 못한다는 것이 포기의 이유는 될 수 없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류택현은 누구보다 빛나는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류택현은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역투하는 류택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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