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신세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여자프로농구 부천 신세계가 13일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신세계 선수단은 애당초 다음주 초까지 휴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돌연 청운동 숙소에 긴급 소집이 됐고, 결국 단장으로부터 일주일 내에 짐을 빼라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들의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좁혀볼 수 있다.
▲ 극적인 구단 인수, 간판 바꿔 달고 새출발
최상의 시나리오는 신세계를 인수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신새계 선수단은 고스란히 그 기업에 넘어가게 된다. 전례도 있다. 2004년 현대도 모기업의 경영난에 결국 여자농구단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WKBL이 위탁운영을 하다가 극적으로 신한은행에 전 선수단을 넘겨준 바가 있다. 어쨌든 그렇게 될 경우 간판만 바꿔 달면서 신세계 선수들은 전원 생존할 수 있다. 설령 인수 작업이 조금 늦어져도 인수 기업을 찾는다면 2012-2013시즌 개막을 다소 연기해서라도 6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농구단 운영은 동네 소꿉 장난을 하는 게 아니다. 하루아침에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길 바라는 건 쉽지 않다. 현대 사태가 일어났던 8년 전보다 기업 경기는 더욱 얼어붙어있다. 기업 홍보의 일환으로 신세계를 인수할 구단이 당장 나타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금융권도 사실상 대부분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아니라면 은행, 증권 회사가 구원의 손을 뻗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 WKBL 위탁관리운영, 5개 구단 지원금 각출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8년 전 현대의 해체 때도 WKBL이 임시로 위탁운영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오래갈 수 없는 시나리오다. 현재 WKBL은 자신들의 앞가림도 겨우겨우 하고 있는 실정이다. 풍족하게 신세계를 먹여 살리며 위탁 운영을 할 상황은 못 된다.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WKBL의 위탁 운영 기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려면, 결국 기존 5개 구단이 손을 뻗어 운영비를 갹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머지 5개구단 역시 제 코가 석자다. 더구나 신세계와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온 구단도 없다. 신세계는 한 마디로 미운털이 박혀 있는 상태다. 기존 구단이 쉽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자농구의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 WKBL이 기존 구단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이럴 경우 중심을 잡아야 할 WKBL의 역할이 커지지만, 문제는 WKBL도 행정 공백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김원길 총재가 곧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고, 이명호 사무국장도 정년 퇴임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김동욱 전무이사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고 있는 WKBL이다.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 공중 분해, 나머지 5개 구단으로 해쳐 모여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말 그대로 해체, 공중분해다. 일단 신세계는 당분간 WKBL과 힘을 합쳐 인수할 기업을 찾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럴 경우 WKBL은 차기 시즌을 5개 구단으로 치를 준비를 하고 각종 계약 제도 및 리그 일정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신세계 선수들을 나머지 5개 팀에 최대한 많이 보낼 수 있게 임시규정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농구를 그만두는 선수가 속출하는 건 불가피하다. 김지윤, 김정은, 허윤자 등 주요 멤버들은 어느 팀으로 가든 농구를 계속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5개 구단도 운영 예산이라는 게 있다. 많은 선수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나머지 5개 구단이 1~2명은 받아들인다고 쳐도 그 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10명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그대로 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여자농구의 젖줄인 여자 초, 중, 고 농구에 차례로 도미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자농구 전체의 손실이다.
[신세계 선수단.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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