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저만 바꾸는 거 아니에요. 다른 선수들도 다 바꾸는 데 유독 제가 타격폼을 바꾸는 게 기사화가 많이 되네요.” 시범경기 막판 때 아닌 하소연을 늘어놓던 롯데 홍성흔은 말은 그렇게 해도 언론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걸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홍성흔이 단순히 말을 잘해서 기자들이 관심을 집중하는 건 아니다.
올 시즌 홍성흔의 타격 폼 변신은 여러 차례 소개된 바있다. 2009년 이적 첫해에는 갈매기 타법이라 해서 왼손을 홈 플레이트 위에서 휘휘 저으며 타격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려는 노력을 했다. 그 뒤로 장타력을 높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늘려 2010년 26홈런을 쳐냈다. 하지만, 지난해 비교적 부진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더욱이 이대호가 일본 오릭스로 이적하면서 4번 타자를 맡아야 하는 상황. 이대호의 파워를 메워내긴 어렵지만, 4번 타자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 박정태 코치의 흔들거리는 타격 폼을 밴치마킹했다.
시범 경기 내내 홍성흔은 타격에 들어갈 때 왼팔을 방망이에서 놓았다가 공을 맞추기 직전 다시 가볍게 방망이에 올려놓는 방법을 사용했다. 타격 준비자세에서 불필요한 힘을 빼고 공을 방망이에 맞출 때 가하는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시범경기서 홈런은 마지막 경기서 터졌고, 시즌 초반에도 좀처럼 타격감은 살아오르지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워낙 잘 쳐줘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개막 2연전서 7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친 홍성흔은 고민을 계속했다.
결국, 최근 다시 변화를 줬다. 박 코치의 타격폼을 그대로 모방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했다. 사실 박 코치의 현역 시절 타격폼은 타격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정석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게 타격이지만, 박 코치의 폼은 일반적인 그것과는 달랐고, 홍성흔이 세밀한 매커니즘까지 흡수하기는 힘들었다. 왼손을 놓으니, 상체가 흔들리는 모습도 분명히 있었고 공을 보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고민 끝에 홍성흔은 최근 다시 타격 자세에 돌입할 때 왼팔을 내려놓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화두는 타격 준비 자세 때 힘을 빼는 것이다. 타격 직전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 정작 방망이에 공을 맞출 때 힘을 100% 실을 수 없다는 논리다. 왼손을 오른손 아래에 가볍게 감싼다는 느낌으로 치는 듯하다. 그러면서 상체를 약간 세웠다. 굽어있을 때보다 힘이 빠지는 효과가 있다. 13~14일 열린 부산 두산전서 연이어 1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홍성흔은 결국 15일 경기서 4타수 4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특히 5회 2사 만루서 힘을 빼고 툭 밀어친 타구는 싹쓸이 3타점 2루타가 돼 승부를 가르는 한 방이 됐다. 4번 타자다운 활약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누구나 타격폼 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변화가 꼭 성공을 부르는 건 아니다. 변화 속에서 실패를 맛보고 퇴보하는 선수를 수없이 봐왔다. 홍성흔의 타격폼 변화도 15일 맹타로 인해 성공적이라고 보는 건 아직 성급하다. 그러나 홍성흔이 진짜 주목 받는 이유는, 단순히 변화하는 자세를 보여서가 아니다. 매번 변화 속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고, 그 답을 갖고 다시 또 다른 답을 위한 단서로 활용하는, 끊임없는 도전정신 때문이다. 떨어뜨린 왼손을 방망이 위로 올려놓은 홍성흔의 변화는 그래서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타격 폼 변신을 시도한 홍성흔. 사진=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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