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박석민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참으로 독특하다. 헛스윙 후 핑그르르 도는 모습이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모습과 겹쳐 웃음을 자아내고, 한때 뜬공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레 피하는 모습이나 3루 땅볼을 저글 한 뒤 수습 동작에서의 약간의 뒤뚱뒤뚱한 모습이 팬들에게 재미를 줬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팬들에게 그렇게 비춰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그런 자세가 나온 것뿐인데, 그걸 사람들은 가볍게 웃고 넘기니 속이 상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박석민의 그런 재미있는 동작은 ‘개그 본능’이 아니라, 그만큼 순간적으로 몸이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과 순발력이 뛰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체격에 비해서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팬들이 박석민에게서 최소한의 ‘개그 본능’도 찾아볼 수 없다. 올 시즌 박석민의 표정을 보면 비장함이 서려있다. 타석에서 집중력이 더욱 좋아졌다. 그 결과 17일 현재 24타수 12안타 타율 5할로 타격 1위이고, 안타도 12개로 조성환에 이어 2위, 타점도 7개로 3위다. 장타율도 0.708로 3위, 출루율은 0.581로 1위다. 득점권 타율도 0.556으로 5위다. 삼성 5번타자 역할을 100% 해내고 있다. 시즌 초반 이승엽과 최형우의 부진 속에서도 박석민만큼은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중심 타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승엽과 최형우가 살아나면서 이제는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게 됐다. 더 많은 타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 시즌 박석민의 타격에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박석민은 2009년 시즌 초반 베이스러닝을 하다가 왼손 중지손가락을 다쳤다. 2010년 11월 한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3년간 손가락 통증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손이 그렇게 아프다면, 당연히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타격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고육지책으로 왼손 중지를 배트 그립에 감싸지 않고 세운 채로 타격에 임했다. 충격을 가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 시즌 박석민의 왼손 중지손가락은 베트 그립을 감싸고 있다. 항상 감싼 채 타격에 임하는 건지, 감쌌다가, 세웠다가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지 손가락을 베트에 온전히 붙였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다. 이제는 정말 아프지 않다는 뜻이고, 손가락 10개로 온전히 방망이를 잡게 돼 더욱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 손가락 1개를 방망이에 잡고, 잡지 않고는 천지 차이다. 꼭 심리적인 의식을 떠나서 손가락 10개가 온전히 방망이를 쥔 채로 스윙을 해야 타구에 그만큼 힘이 많이 실릴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수비에서도 한결 집중력이 생겼다. 아직 경기 수는 적지만, 현재까지 박석민의 실책은 없다. 이승엽이 채태인과 번갈아 1루 미트를 끼게 되면서 올 시즌 박석민은 3루수에 온전히 집중하게 됐다. 특히 수비 범위가 넓어졌다. 지난해와는 달리 3유간을 유격수 김상수와 나눠 맡는다는 말을 해도 좋을 정도로 김상수가 어렵게 처리할 볼도 폭넓은 좌측 움직임을 통해 김상수에 앞서 쉽게 처리하는 게 눈에 띈다. 당연히 김상수의 부담이 줄어들고, 투수도 그만큼 든든해지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지금 무언가 타이틀을 언급하는 건 너무나도 이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과는 달리 박석민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왼손 중지손가락 부상도 완쾌된 듯하다. 원래 타격 잠재력이 있었다. 두산 김동주, KIA 이범호를 잇는 최고 3루수 계보 계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개그 본능이 쫙 빠진 박석민이 국내 최고 3루수에 도전장을 던진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심찮잖은 박석민. 사진 =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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