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1회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17일 잠실구장. 지난해 두산에 13승 1무 5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닌 삼성이었으나 막상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1점 차 승부가 속출했었다. 그만큼 두 팀은 서로 은근히 라이벌로 여기고 있었다. 이날은 두팀의 시즌 첫 맞대결. 시즌 초반 순위 싸움을 떠나서 은근슬쩍 양팀의 기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두산이 1회에만 폭풍 8득점하며 승부를 일찌감치 갈라버렸다. 확실한 게 없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게 바로 야구였다. 두산의 9-1 완승.
▲ 1회의 중요성
이날 선발은 두산 임태훈과 삼성 장원삼이었다. 선발투수는 1회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으레 1회는 투수가 몸이 덜 풀릴 수가 있고 혹여 경기 환경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 기자들이 선발투수에게 접근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그만큼 투수는 예민하다. 자신의 투구 리듬을 찾으려면. 으레 투구를 하면서 몸이 좀 달아올라야 한다.
두 선발 투수는 나란히 1회에 위기를 맞이했다.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임태훈은 그걸 극복해냈고, 장원삼은 그걸 극복해내지 못했다. 그걸로, 승부는 끝이었다. 임태훈은 1회초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줬고, 1사 2루에서 이승엽도 걸리는 피칭을 했다. 제구력이 영 말을 듣지 않았고, 직구 스피드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임태훈은 끝내 위축되지 않았다. 최형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고, 박석민 타석 때 배영섭이 3루를 훔치며 심리적인 압박을 가했으나 임태훈은 이날 전까지 타율 5할로 타격 1위를 달리던 박석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반면 장원삼은 달랐다. 1회부터 위기를 맞았고, 그대로 무너졌다. 1사 1,2루 위기에서 정신 없이 두들겨 맞았다. 김동주에게 바가지 안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준 것도 기분이 나빴지만, 최준석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져 높게 제구돼 결정적인 3점홈런을 맞았다. 벌써 4-0. 장원삼은 힘이 빠졌다. 그러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의 투구를 해야 하는 게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의 숙명. 하지만, 장원삼은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후속 타자에게 볼넷 2개, 몸에 맞는 볼 1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연속 안타를 맞고 1회에만 8실점했다. 수비수 실수가 섞여있었지만, 어쨌든 위기 관리를 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후 경기 내용은 사실 볼 게 없었다. 1회에 승부가 확 기울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2회부터 패전 처리에 가까운 김효남을 투입했고, 김효남은 5이닝동안 삼진 7개를 잡으며 선전했지만, 이미 승부는 0-9로 기운 뒤였다. 으레 이럴 때 양팀 타자들의 힘은 빠지기 마련이다. 마음이 급해진 삼성 타자들은 임태훈의 투구에 선구안을 발휘하지 못한 채 성급한 타격으로 연이어 물러났다. 사실 김효남도 잘 던졌다. 그러나 이미 승부가 초반에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도 다소 떨어져 보였다. 여기에 두산 선발 임태훈도 한결 홀가분한 피칭으로 가볍게 선발 2연승을 내달렸다.
간혹 양팀 외야수들의 멋진 수비가 나왔지만, 이미 경기는 1회에 종료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두산은 임태훈을 6회에 투입하지 않았다. 임태훈의 구위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컨디션이 좋아서다. 화요일에도 던진 선발투수는 일요일에도 등판해야 하기에, 가뜩이나 점수 차가 벌어진 가운데 더는 에너지를 소비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두산이 이렇게 나오자 삼성도 추격할 의지가 사라졌다. 수비 집중력을 뒤늦게 발휘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두산의 9-1 완승으로 끝났다. 11안타 5볼넷 9득점의 두산과 4안타 2볼넷 삼성의 초반 공격 집중력에 결판이 난 경기였다. 한마디로, 두산의 초장박살이었다.
[쉽게 경기에 승리한 두산.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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