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도대체 두산 김진욱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무엇일까. 다른 신임 감독들에 비해 유독 자신의 도드라진 색채를 내지 않고 있는 김 감독. 그러나 그 자체가 김 감독의 색깔이다. 무언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튀려고 하지 않는다. 성급하게 움직이다가 화를 볼 경우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신임 감독이지만 노련미를 풍긴다.
▲ 야구는 순리대로 간다
현재 두산은 100% 전력이 아니다. 야수는 오재원이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고, 투수는 재활 중인 정재훈과 김상현을 비롯해 멀리 보면 이재우마저 예비 전력이다. 이들이 복귀할 경우 두산은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신임 감독이다. 두산도 지난 2001년 이후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에 그 어느 구단보다 우승에 목말라 있다. 이는 김 감독이 “한번 보여줘야 하는데”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는 건 자충수임을 김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급하게 재활을 하면 안 된다. 팀 사정이 급하다고 해서 덜 회복된 선수를 무리하게 끌어다 쓰면 선수도 다시 탈이 나고, 팀도 타격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그들 대신 캠프에서 열심히 한 선수가 있다. 나는 그 선수들을 주목하고 싶다”며 17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3루수로 윤석민을 선발 기용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또한 김 감독은 “3-3으로 비긴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서도 프록터를 기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록터가 설사를 많이 해서 아꼈다”고 말했다.
참고 견디는 법. 누구나 밖에서 볼 땐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실상 팀을 운영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시즌 운영 경험이 부족한 신임 감독들에게는 더더욱 고역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순리를 강조했다. “5선발 로테이션도 되도록 지킬 것이다. 비가 2~3일 이상 오지 않는 한 눈 앞의 1승을 위해 5선발을 건너뛰고 1선발을 하루 앞당겨 투입하는 방식이나 데이터에 따라 선발 순번을 맞바꾸는 건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순리대로 이끌어나가는 게, 결국 이기는 것이라고 말한 김 감독이다. “그날 프록터를 투입하지 않은 결과는 훗날 알게 될 겁니다.” 의미심장하다.
▲ 야구는 깨우침이다
김 감독의 대뜸 “트레이닝 코치라는 말은 없다”고 말했다. 트레이닝 코치의 정확한 표현은 컨디셔닝 코치다. 말 그대로 훈련을 시키는, 소위 말해 트레이너는 없다. 김 감독은 “운동시키는 코치라는 말은 없어야 한다. 코치가 해야 할 부분과 선수가 해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 자신이 웨이트가 부족하면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찾아서 해야 한다. 컨디셔닝 코치는 옆에서 그런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프로인만큼 선수 스스로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감독은 그저 지친 선수를 빼주고, 백업 선수들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선수가 자기 역할을 미리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도 1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파고들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중반에 삼성이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권오준을 낸다. 그러면 우리는 좌타자를 대타로 낼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은 권혁을 투입시킨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언제 어떻게 그 작전을 사용하는지 여부다. 그게 벤치 싸움이다. 그런 걸 알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를 중용하게 돼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단순히 치고 받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지도자가 어느 단계에서 팁을 주면, 결국 그 선수는 어느 단계에서 정체되기 마련이다.
알고 보면 김 감독도 순리를 지키고, 야구를 깨우치려고 노력 중이다. “투수출신이라서 투수 기용은 계산이 서는 데 타자는 언제 어떤 타자를 넣어야 할지 감이 안 올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실패한 작전을 두고 끙끙대지 않는다. 지더라도 그날 지나면 끝”이라고 쿨한 태도를 보였다. 왜일까. 그마저도 김 감독이 경기 지휘 경험을 쌓으면서 서서히 깨우쳐야 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깨우치는 야구는 어쩌면 김 감독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인지도 모른다. 김 감독이 결코 색깔 없는 지도자가 아니다. 어쩌면 무색무취가 또 하나의 색깔일지도 모른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닌, 티 날듯 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김 감독의 오묘한 야구관이 언젠가 정말 무서워질 수 있다.
[자신의 야구관에 대해 설명하는 김진욱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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