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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방송인 김구라가 떠났다.
다시 돌아올 그는 어떨까. 과연 막말과 독설이란 이름 아래 자유롭던 시간을 재현할 수 있을까?
대놓고 할 말은 하고 눈치 안 보던 김구라는 '막말 논란'이 일어난 당일 공식사과와 함께 잠정은퇴를 알렸다. 이는 그가 지난 2002년 서울 천호동 텍사스촌 윤락여성 80여 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단침묵시위를 벌인 사건을 언급한 발언이 재점화됨에 따라 논란이 일자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구라는 당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윤락여성들을 창녀라 속칭하며 일본군 강제위안부를 빗대 말했다. 이에 1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물러났다.
물론 당시 발언이 비하 의도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는 생각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져 많은 사람의 공분을 일으켰다. 이에 그는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구라는 막말과 독설이라는 예능 캐릭터를 가장 초반에 구축한 방송인이다. 겸손과 배려가 미덕인 대한민국 방송에서 '불편함'이 웃음으로 작용하는 독한 예능의 시초를 열었다. 그만의 캐릭터가 확고한 만큼 거침없는 그의 언행에 어느 정도 관대했지만, 인터넷 방송의 과거 전력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엄격했다.
한 두 번도 아닌 그의 독한 발언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김구라는 화려한 막말 전력을 지닌 만큼 공중파에 입성해 인기를 누리는 동안 업보처럼 공개사과를 해왔다. 예능이란 특성상 이러한 모습이 단지 웃음소재로 전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그는 "예전에 했던 생각 없는 말들에 여러 사람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전하며 그동안 느껴온 죄책감을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 김용민 막말 파문과 관련해 그의 과거 발언에 대한 날 선 시선들 속에서 또 한 번 일본군 강제위안부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자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까지 이르렀다.
상당수의 네티즌도 막말에 대해서는 분명한 잘못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김구라에 대한 동정론이 대두하고 있지만, 여전히 싸늘하게 돌아선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 화살은 어린 그의 아들에게까지 미쳤다.
김구라의 발언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단순히 잘잘못을 가리는 것을 떠나 스타들에게 옥죄여지는 책임감의 무게는 크다. 하지만 그들의 논란 범주를 넘어 연좌제로 싸잡아 비난 대상으로 모는 건 잔인하고 애석한 일이다.
말 그대로 '잠정'은퇴다. 막말로 인한 홍역을 치른 김구라는 언젠가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김구라는 이번 논란으로 말미암은 트라우마로, 혹은 자숙을 의식하며 겸손한 입담을 펼칠 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개그맨 MC들인 신동엽 유재석 이경규 등은 각각 깐죽스러운 모습이나 배려 넘치는 진행, 또 권위적이지만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 자신들만의 진행스타일이 있다. 주로 김구라는 언어를 통한 저격자로 나서 강한 입담을 자랑했다. 특히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는 김구라 효과가 존재했고, 그의 캐릭터가 가장 잘 묻어나는 프로그램이었다.
과연 막말에서 제약이 잡혀버린 김구라가 독이 된 캐릭터를 어떻게 살려낼지 의문이지만, 방송으로 복귀할 때까지 그가 고민해볼 문제다.
[과거 발언에 책임지고 잠정은퇴한 김구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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