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남들이 왜 홈런을 노리지 않냐고 하는데, 전 어떻게든 팀 승리를 위해 팀 배팅에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맏형부터 개인 욕심을 버렸다. 겉만 번지르르한 성적을 내는 건 도움이 될 게 없다는 게 15년차 베테랑 타자의 결론이다. 정상권 전력을 유지했음에도 2001년 이후 10년 넘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두산. ‘두목곰’ 김동주는 철저히 개인을 버리고 팀 승리에 전력을 다할 태세다.
김동주는 올 시즌 9경기서 타율 0.324에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홈런이 없다. 심지어 장타도 2루타 달랑 1개뿐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완전히 교타자로 변신한 듯하다. 4번 타자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 하지만, 김동주의 생각은 다르다. “팀 승리를 위해 스윙 폭을 줄여 팀 베팅을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물론, 김동주는 홈런타자는 아니다. 20홈런을 2004년 이후 20홈런을 기록한 시즌은 2010년이 유일했다.
하지만, 김동주는 한 방이 있으면서도 정교한 배팅을 할줄 안다. 통산 타율 0.310이 이를 대변한다. 소위 말하는 베팅 컨트롤이 탁월한 타자다. 19일 잠실 삼성전서도 유감없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했다. 1회말 1사 2,3루 찬스였다. 삼성 선발 탈보트의 2구째 몸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볼을 받아쳐 좌익수 옆에 떨궈놓는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힘을 들이지 않고 툭 건드려 만든 타구였다.
김동주는 3회에도 무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뽑아내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김동주가 찬스를 살리자 후속 최준석과 손시헌이 연이어 안타를 만들어내며 두산은 경기 초반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큰 것 한방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철저한 팀 베팅의 결과였다. 김동주가 자신의 성적을 위해 무작정 크게 스윙을 했다면, 3회 추가점을 만들 수 없었다. 자신을 버리고 철저히 팀에 포커스를 맞춘 김동주의 스윙이었다.
19일 잠실 삼성전 직전 두산 관계자는 “동주가 올 시즌에는 정말 팀 우승을 위해 뛰자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귀뜸했다. 김동주는 지난해 타율 0.286 17홈런 75타점을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김동주의 이름값에는 부족했다. 더구나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동주로서는 좀 더 팀을 위해 헌신하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자연스럽게 김진욱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에는 앞장서서 팀을 위한 타격을 하게 됐다. 김동주의 이러한 행보에 김현수, 최준석 등 후배 중심 타자들도 덩달아 팀 배팅에 주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우격다짐 식의 스윙이 줄어든 대신 철저한 노려치기를 하는 게 그 예다.
두산이 이번 3연전서 최준석의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 중심 타선의 홈런이 없었던 이유는 이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최근 2년간 장타력의 팀이었던 두산은 그러나 올 시즌 과거의 장점인 기동력을 활용해 확률 높은 득점 생산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장타력과 기동력이 완연하게 살아났다. 김동주가 중심에서 그 역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욕심을 버리고 팀 배팅에 집중하며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니까, 앞, 뒤에 들어서는 김현수와 최준석, 혹은 상위 타순과 하위 타순을 오가는 손시헌도 한결 부담을 덜고 찬스 연결에 집중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타선 전체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두산 타선은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팀 타율 2위(0.295), 팀 장타율 1위(0.395), 팀 출루율 1위(0.350) 팀 득점권타율 2위(0.352) 등 팀타격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꼭 김동주가 개인 욕심을 버린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심을 잡는 맏형이 팀을 위해 솔선수범하자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팀 타격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잡힌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김동주가 홈런을 뻥뻥 터트리지 않고 팀 배팅에만 집중해도 두산 타선은 정말 무섭다.
[두산 팀 배팅을 이끌고 있는 김동주. 사진=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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