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웃는다. 누구보다 팀에 미안해 하지만, 웃으면 복이 온다고 자기 위안을 한다. 개막전이었던 7일 대구 LG전과 15일 대구 넥센전서 연이어 결정적인 만루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군 삼성 차우찬. 에이스가 고개를 숙이자 팀도 휘청거리고 있다. “팀에 너무 미안하죠. 잘 던지고 싶었는데”라는 말 속에 진심이 담겨있다. 류중일 감독의 기대 속에 1선발로 시즌을 맞이한 차우찬은 그러나 2패 평균자책점 14.14의 처참한 성적 속 불펜 대기 지시를 받았고 결국, 3~4년 전 그의 보직이었던 패전처리로 돌아가 19일 잠실 두산전서 부활 가능성을 타진했다.
차우찬은 지난해 시즌 내내 투구 밸런스가 옳게 잡히지 않았다.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타며 2년 연속 10승 달성 속 6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으나 한국시리즈서 1선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2010년 정규시즌 중반 이후의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 스프링캠프를 누구보다 충실히 소화했다. 하지만, 차우찬의 입밖에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그때는 구위 자체가 너무 안 좋았어요.”
차우찬은 좌완이면서도 140km 대 중반 이상의 공을 가볍게 던진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도 스피드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구위에 만족하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현재 차우찬은 투구 밸런스도, 스피드도 모두 시원치 않다. “그래도 구위 자체는 많이 좋아졌어요. 오히려 문제는 제구력이죠”라고 아쉬움을 털어 놓는다. 이병규와 박병호에게 허용한 만루홈런은 제구력 난조 속 실투였다는 게 차우찬의 말이다.
이어 “아직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요”라며 고민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결국, 선발에서 일단 밀려났다. “감독님께 불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전 원래 패전처리 출신이니까 불펜 적응은 이상 무입니다”라며 자학개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오히려 불펜에서 자꾸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가 살아날 수도 있다. 차우찬에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어 “지금 차우찬의 공이 딱히 나쁜 건 아니다. 소위 말해 말렸다고 보면 된다”라며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손 위원의 말이 정말 사실일까. 차우찬은 첫 불펜 등판인 이날 경기서 3이닝만에 무너진 선발 미치 탈보트를 구원해 4회부터 5이닝 2피안타 5사사구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무난한 투구를 했다. 여전히 구위가 최상은 아니었고, 5사사구가 말해주듯 본인이 걱정하던 제구력도 아직은 불안했다. 7회와 8회 연이어 1점을 빼앗겼으나, 갑자기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또한, 차우찬이 5이닝을 책임지면서 다른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취하며 한 박자 쉬어갈 타이밍을 제공했다는 게 팀으로썬 위안이었다.
차우찬은 19일 경기서 사실상 패전 처리로 등판에 그간의 부진을 조금 만회했다. 손 위원의 말처럼 현재의 부진이 체력 문제가 아닌 투구 밸런스와 구위의 문제라면, 당분간 구원으로 나서는 게 개인이나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불과 3년 전 그의 보직이었던 패전처리로 돌아간 차우찬의 19일 잠실 두산전. 과연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삼성은 지금 차우찬의 부활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부활을 노리는 차우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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