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드포드 올림푸스 전 사장, 외국특파원협회서 기자회견
올림푸스가 20일 개최하는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이 19일,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에서 올림푸스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림푸스의 차기 경영진에 관해 "적임이 아니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한, 그는 사장 취임부터 해임, 고발의 경위를 그린 자신의 수기 '해임(解任)'을 통해 올림푸스 문제에 대한 관심이 일본 사회에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불거진 올림푸스 손실은폐 사건은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의 내부고발로 밝혀졌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이 일을 계기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해임됐다.
우드포드 전 사장이 문제시했던 것은, 2008년에 이뤄진 영국의료기기 제조업체 자이러스 인수 건과 그 밖에 여러 인수합병 건이다.
일련의 인수합병으로 10억 달러(한화 1조 1,400억여 원가량)가 넘는 금액의 지급이 있었지만, 우드포드 전 사장이 재임 당시, 이 과정에서 대금 사용이 부적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기쿠카와 쓰요시 전 회장 등 당시 올림푸스 임원진은 우드포드 사장의 내부 조사 사실을 알게 됐고, 임원회를 열어 그를 해임했다.
우드포드 전 사장은 해임 당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올림푸스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다수 서방언론과 일본언론에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호소하며, 올림푸스의 기업 인수와 회계처리에 부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임 직후 나온, 그의 주장이 담긴 파이낸셜 타임즈(FT)의 인터뷰 기사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올림푸스의 주가마저 요동쳤다. 세계에서 이 문제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는 더 이상 일본 국내의 문제가 아니었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회사 내에는 제3자위원회가 설치됐고,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올림푸스가 막대한 손실을 은폐하고자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이 해임되면서까지 이의를 제기했던 올림푸스의 부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
올림푸스는 2000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1년에 걸쳐 손실 은폐를 시도했고, 이를 위해 자산을 부풀렸다. 자산운영의 실패로 발생한 손실을 해외펀드로의 투자로 위장하는 한편, 장부에는 유럽 은행으로의 저축금이나 펀드에 대한 투자금을 불려 회계를 조작했다.
2005년 3월에는 최대 1,35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 이상이 실제보다 많이 계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11년간 총 1조 1,470억 엔 상당의 자산 부풀리기가 이뤄졌으며, 도중에는 부풀린 자산을 명목 변경하는 등 은폐공작도 진행됐다. 부풀려진 자산액과 누락시킨 손실액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분식회계 정황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손실은폐 사건으로 올림푸스의 기쿠카와 전 회장(70)을 비롯한 경영진 3명과 손실은폐 방법을 지도하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진 대형증권회사 전 사원도 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올림푸스는 20일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을 쇄신하고 회생의 길을 시작한다는 생각이지만, 해외 대주주 9개 기업이 이번 인사안에 반대하는 서간을 발송하는 등 잡음이 만만치 않다.
올림푸스는 차기 회장으로 주거래은행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전무 출신인 기모토 야스유키 씨를, 사장으로 사사 히로유키 집행임원을 내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대주주 9개 기업은 올림푸스 경영진에 보낸 서간을 통해 "은행 출신자는 타 기업과의 합병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주주의 이익을 해할지도 모른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우드포드 전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림푸스는 모든 의사결정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인사안에 반대했다.
기모토 회장 내정자에 관해서는 "올림푸스의 사업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했으며 사사 사장 내정자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없다"며 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거품경제 시기에 투자 실패로 떠안은 1,000억 엔의 손실을 10년 이상에 걸친 분식회계 수법을 통해 은폐해 온 올림푸스 사건은 구태의연하며 비도덕적인 일본의 경영구조를 상징한다.
이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ment)에 대한 고민과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법제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
올림푸스 사태로 드러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회사법 개정과 같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본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지만, 고질적인 경영 악습이 사라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다.
한편, 우드포드 전 사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노하지 않는 일본인을 질타했다.
"법적인 문제와 기업 내 조직의 문제가 아닌, 역시 국민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일본 국민은 잠자고 있다. 왜 아직도 자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분노하지 않으면 일본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소니. 파나소닉과 삼성, LG를 비교하면 일본 쇠락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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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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