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청주구장 한화 덕아웃에는 20일 못 보던 얼굴이 보였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입장을 반겼다. 다름 아닌 한화 불펜 에이스 박정진이었다. 박정진은 지난해 무려 64경기서 86이닝을 소화하고도 평균자책점 3.24에 7승 6패 7세이브 16홀드를 기록하며 철인의 면모를 보였다. 스프링캠프 종반 어깨 염증이 발견돼 재활에 힘써왔던 박정진은 90% 이상 회복돼 20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박정진은 애당초 21일 1군 등록될 예정이었지만, 그날 청주 삼성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22일 1군에 등록될 것으로 점쳐진다.
1군 복귀 임박 소감에 대해 “설레기도 하지만, 팀 사정이 좋지 않아서 아쉬워요. 스프링캠프 때 올해는 4~5월부터 치고 올라간다고 다짐을 했거든요”라고 입을 연 박정진은 시즌 초반 정작 한화가 부진하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래도 선수들이 의기소침해 하지 않아야 해요. 고참으로서 팀 분위기를 잡을 수 있게 할 겁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정진의 올 시즌 임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불펜 에이스 겸 마당쇠다. 좌완이지만, 상황에 따라 경기당 2이닝 이상 소화를 할 가능성도 있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100% 준비가 됐다. 중요한 상황에 나가서 바로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 불펜은 박정진이 가세하면서 기존의 마일영, 송신영, 김혁민의 이닝 소화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마무리 바티스타도 박정진의 가세로 좀 더 확실한 세이브 상황에만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신영과 함께 좌우 셋업맨으로서 진정한 지키는 야구의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다.
하지만, 박정진은 냉정하다. “신영이나 일영이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죠. 하지만, 제가 1군에 올라온다고 해서 당장 팀이 바뀌지는 않을 거에요”라고 말한 뒤 “야구는 흐름이고, 심리게임이잖아요. 그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그럴 가능성은 크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박정진이 황량하던 한화 불펜에 힘을 보태자 후배 투수들의 기량이나 자세도 덩달아 좋아진 면이 있다.
“선발 투수들 옆에 딱 붙어 앉아있을 거에요”라며 농을 던진 박정진. 실제로 박정진이 합류한다고 해서 당장 한화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현재 한화가 최하위로 떨어진 이유는 선발진의 난조와 꽉 막힌 타선, 그리고 결정적일 때 터지는 실책 때문이지 불펜은 사실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의 농담 한마디에 최하위로 처진 선수들의 시무룩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한화는 반갑기만 하다. 그가 지난 2년간 보여준 존재감, 그리고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만으로도 분명 한화에 유, 무형의 자산이 될 것이다.
[1군 선수단에 합류한 한화 박정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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