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야쿠자 전담 경찰관 퇴직 직후 보복으로 보이는 총격 당해
일본 경찰 당국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서 폭력단 수사를 전담했던 전직 경찰관이 괴한의 총격에 중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아직 범인과 그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 지역 폭력단과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경찰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쿠자에 의한 총격사건은 많았지만, 경찰을 대상으로 한 권총 발포는 이례적이다. 경찰도 사전에 피해자의 위협을 감지하고 보호대상으로 지정해 습격에 대비한 만큼 이번 사건으로 받은 충격이 상당하다.
전직 경찰을 대상으로 한 범행에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55)는 "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번 사태에 엄중 대처할 자세를 나타내 야쿠자와의 전면 전쟁으로 이어질 양상이다.
그러나 야쿠자와의 유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번 사태가 야쿠자 근절로 이어질지는 부정적이다.
총격을 당한 남성은 '특수부 반장'으로 지정폭력단 '구도카이(工藤会)'의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 히로이시 야스오 씨. 오토바이를 타고 전방에서 나타난 남자가 쏜 총탄 2발은 정장차림의 히로이시 씨의 허벅지와 허리 부분에 명중해 중상을 입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히로이시 씨 왼쪽 허리의 셔츠 부근에 구멍이 있었으며 직경 5cm 정도로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히로이시 씨는 1978년부터 33년간 폭력단 수사를 담당해왔다. 2009년에는 '구도카이'만을 전문으로 수사하는 폭력단 범죄수사과의 특수부 반장을 역임했다.
2011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후쿠오카에 본거지를 둔 '구도카이'의 조직원 수는 630여 명이다. 규슈 지역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폭력단 '구도카이'는 폭력단 추방운동을 전개하는 관계자의 집이나 일반 기업에 아무렇지 않게 수류탄을 던지는 등 시민을 목표로 한 범행에 주저함이 없어 악명이 높다. 특히 경찰에 대한 반감이 강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경찰은 '구도카이'를 '지정폭력단'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 감시를 진행해 왔다. 히로이시 씨는 바로 '지정폭력단 구도카이'를 담당했던 부서의 특수반장이었으며 현역 시절 에이스로 불렸다고 한다.
작년 3월 퇴직해 올 4월 병원에 취직했지만, 폭력단의 보복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해 경찰의 보호대상 명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후쿠오카 현에서의 2011년 총기 발포 사건은 18건으로 일본 전국에서 제일 많다. 현은 2010년 일본에 제일 먼저 폭력단배제조례를 시행했고 2012년 2월에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폭력단 규제를 강화해왔다.
경찰은 이 같은 경위에서 이번 총격사건에 '구도카이'가 연루됐을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관계자는 "현역 시절에 원한을 샀을 것이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격노하고 있다. 경찰 간부는 "보호대상이었는데 지키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야쿠자가 보낸 도전장이다. 경찰 전체, 법치국가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사건 해결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경찰관을 노린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2월에는 전직 경찰관이 총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고 2002년 8월에는 현직 경찰의 주택 주차장에서 폭발물이 발견돼 구도카이 간부가 체포된 적이 있다. 1988년에는 폭력단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의 자택에 방화 사건이 발생해 폭력단 간부 2명을 체포한 바 있다.
후쿠오카 현 오가와 히로시 지사는 19일 사건을 접하고 국회에 "현재 제출 중인 폭력단대책법의 개정안을 하루라도 빨리 심의를 개시해 법안 성립을 부탁한다"고 밝혀 야쿠자의 위협에 물러나지 않을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에도시대 막부의 사설 경비 업체를 모태로 시작한 야쿠자의 오랜 역사만큼 야쿠자와 일본 정치·사회의 유착 관계는 깊다.
스마프가 소속돼 있는 일본 최대의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자니스'도 야쿠자의 영향 아래 있다는 소문이 이전부터 있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시마다 신스케라는 유명 방송 사회자가 야쿠자와 연류돼 은퇴할 정도로 야쿠자는 일본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이 경찰의 예상대로 '구도카이'에 의한 범행일 경우, '구도카이'는 해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후쿠오카 현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일련의 폭력단 규제 정책들이 집중된 시기에 발생한 만큼 당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까지보다는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야쿠자 전체에 대한 규제강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병철 기자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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