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방수포를 걷었어야지. 허허.”
애당초 22일 프로야구가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도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잠실과 목동경기가 취소됐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광주 경기는 일찌감치 취소가 됐다.
그렇다면 한화-삼성전이 열릴 예정인 청주구장은 어떨까. 정답은 ‘경기 진행’이다. 전국에서 그라운드 사정이 가장 안 좋기로 유명한 청주구장이 홀로 경기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아니, 비가 올때 방수포를 걷었어야지, 왜 깔아서 경기를 하는 거야”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청주시는 실제로 이번 주말에 비가 많이 올 것에 대비해 내야를 가릴 수 있는 대형 방수포를 구입했고, 20일 경기 후 덮어놓아 우천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했다.
21일은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취소가 됐다. 그러나 22일 청주는 비가 그쳤고, 먹구름만 가득했다. 청주구장 내야에는 방수포를 덮어둔 덕분에 유격수 수비 위치에 물이 좀 고여있는 것 외에는 경기를 하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외야에도 곳곳에 물웅덩이가 형성됐지만, 천천히 빠지고 있었다.
이럴 경우, 사실 경기를 해도 되고, 그라운드 사정으로 취소를 해도 큰 상관이 없다. 실제로 유격수 쪽과 외야의 물웅덩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를 보고 한 감독이 방수포를 걷어야 한다고 농담을 한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 한 경기라도 경기가 뒤로 밀리길 바란다. 삼성은 투수진에 여유가 있어 괜찮다고 하지만, 모 선수는 “에이, 이런 날 하면 안되지. 다른 곳 다 취소됐다던데 우리만 경기하면 억울하잖아”라고 내심 취소를 바라는 건 매한가지였다. 더구나 광주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일찌감치 취소가 됐고 잠실, 목동마저 비로 취소가 되니 현장에서는 경기를 치르는 게 억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긴, 일부 기자들도 “다른 구장에 간 기자들은 쉬는데, 우리만 독박 쓰게 생겼다”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릴 정도였다.
그러나 선수들과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주시 관계자들이 경기를 강행(?)하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물웅덩이가 형성된 곳에는 트럭을 몇 번이나 동원해 흙을 부어 땅을 고르는 데만 10명이 넘는 인부가 투입됐다. 심지어 한대화 감독과 류중일 감독이 유남호 경기감독관에게 다가가 상의를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땅 고르기에 전력(?)을 다했다.
결국, 현장 선수들과 감독, 기자들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고 경기는 예정대로 열렸다. 이미 오후 1시가 되면서 관중이 입장을 시작했기에 취소하기도 어려운 상황. 선수들은 연습 중에도 혹시 모를 취소를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경기에 임했다. 그간 최악의 그라운드라는 악평을 받았던 청주구장 관계자들이 보란 듯이 완벽한 보수로 경기 진행을 성사시킨 것이나 다름 없다. 그야말로 청주시의 눈물겨운 그라운드 보수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그라운드 보수 중인 청주구장. 사진 = 청주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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