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유창식이를 중간에 넣을 수도 있어.”
22일 청주 삼성전을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21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그날 선발 예정이었던 유창식 대신 이날 선발로 양훈을 투입했다. 기존 선발 투수들의 로테이션을 지키겠다는 의미에서였다. 한 감독은 유창식을 두고 “지가 복이 없는 것이여”라고 특유의 사투리로 말했지만, “양훈이 오늘 안 좋으면 창식이를 구원 등판시킬 것이다”라고 두 투수의 동시 기용을 예고했다.
▲ 실패로 돌아간 유창식, 최진행, 바티스타 투입
실제 그렇게 했다. 선발 양훈이 5회까지 3피안타 5볼넷 3실점으로 물러난 뒤 6회부터 유창식이 구원 등판했다. 양훈이 결코 난조를 보여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한 건 아니었다. 유창식을 이날 활용하지 못할 경우 다음 선발 순번이 박찬호-류현진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언제 쓸지 몰라 실전 감각 결여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물론, 3연패를 반드시 끊겠다는 한 감독의 묘수이기도 했다.
양훈은 실제 괜찮은 피칭을 했다. 3회 2사 1루에서 박석민에게 던진 116km짜리 커브가 몸쪽으로 높게 형성돼 불의의 홈런 한방을 맞았지만, 이외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5이닝 3피안타 5볼넷 3실점으로 무난한 기록을 남겼다. 전반적으로 삼성 타자들이 성급하게 공격한 경향이 있었다. 다만, 6회 시작과 동시에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줬고 이승엽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이때 구원등판한 유창식이 2사 만루 상황에서 배영섭에게 적시타를 맞아 박석민을 홈으로 보내주면서 양훈에게 자책점을 안겨줬다.
결국 유창식의 구원 등판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유창식은 무사 1,3루 상황에서 삼성 왼손 강타자 최형우를 상대하기 위해 올라왔다. 한 감독은 아직 경험이 떨어지는 유창식을 위해 포수도 최승환에서 신경현으로 바꿨다. 실제 유창식은 최형우와 대타 모상기를 연이어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였다. 또 다른 대타 강봉규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왼손타자 배영섭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김혁민과 교체되고 말았다. 한대화 감독이 삼성 좌타자를 대비해 내보낸 왼손 유창식이 오른손 대타를 내보낸 류중일 감독의 묘수에 결국 넘어간 것이었다. 한 감독은 이어 3-3 동점이던 7회초가 2사 1루 상황에서 박정진을 넣으며 승리에 대한 연패 탈출에 총력을 다했다.
이어 한 감독은 6회에도 삼성이 권혁을 투입하자 연경흠을 빼고 부진한 최진행을 승부처에서 투입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뒤이어 고동진과 이대수가 권혁을 공략해 동점을 거뒀기에 묻혔을 뿐, 최진행의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걸 또 한번 확인하고 말았다. 이어 한 감독은 7회 2사에서 박정진을 투입했지만, 1이닝만을 던지게 한 뒤 동점 상황이던 8회 2사에서 강봉규에게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마무리 바티스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조금의 불안함도 좌시하지 않은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였다.
하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바티스타 투입이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첫 타자 배영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바티스타는 2사 1,2루 위기에서 후속 진갑용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해 결국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어 바티스타는 9회 이승엽에게 투런포를 내줬고, 마일영이 배영섭에게 적시타를 내주는 등 불펜진이 제 몫을 하지 못해 패배하고 말았다.
▲ 배영수·권혁, 3점을 지키지 못했지만, 진갑용이 해냈다
삼성이 시도한 대타, 계투 작전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선발 배영수가 5⅓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사실 배영수는 5회까지 정말 잘 던졌다. 2회와 4회 1사 1루 위기, 6회 1사 1,3루 위기에서 연이어 내야 땅볼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세 차례나 넘어간 것이다. 한화 타자들도 경기 초반 성급한 타격으로 일관하며 배영수를 도와주고 말았다.
그러나 배영수도 결국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6회가 문제였다. 2-0으로 앞선 6회초 타자들이 1점을 추가 지원했지만, 6회말 강동우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연경흠에게 투런홈런을 맞았다. 여기까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장성호를 범타 처리한 뒤 김태균에게 안타를 맞은 게 불행의 씨앗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1점 차로 쫓긴 상황에서 연경흠 타석 때 왼손 권혁을 넣었다. 승부처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한 감독도 오른손 타자 최진행을 대타로 넣으며 응수했다. 최진행은 권혁에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고동진과 이대수가 권혁에게 연속 안타를 쳐내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류 감독은 권혁을 빼고 안지만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의 대타 작전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류 감독의 권혁 투입도 실패로 돌아갔다.
류 감독의 대타 투입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결국 해주던 선수가 해줬다. 박정진을 공략하지 못한 삼성은 8회 2사 1루에서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던 진갑용이 흔들리던 바티스타에게 결승타를 뽑아낸 것이다. 이어 류 감독은 지난 17일 선발 등판에서 1이닝을 던지고 물러났던 장원삼을 투입시켜 8회를 막아냈고, 곧이어 오승환을 투입해 결국 승리를 지켰다.
한대화 감독이 먼저 대타, 불펜 가동으로 총력전을 펼쳤으나, 한화 벤치의 움직임에 응수하던 류 감독의 작전이 결국 맞아떨어진 셈이 됐다. 삼성은 바티스타, 마일영에게만 4점을 뽑아내며 8-4으로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결승타를 쳐낸 진갑용(위), 3실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한 바티스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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