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역시 이승엽은 이승엽이었고, 김태균은 김태균이었다.
22일 청주구장. 삼성이 한화에 8-4로 승리하며 짜릿한 2연승을 챙겼고, 한화는 4연패 늪에 빠졌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서 양팀의 토종 거포 삼성 이승엽과 한화 김태균이 나란히 홈런을 기록하며 이름 값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이승엽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고, 김태균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기록은 크게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결과는 삼성의 승리였기에 이승엽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 이승엽, 필요할 때 한방 ‘쾅’
왜 이승엽이 국민타자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9회초였다. 삼성은 3-3으로 맞서던 8회초 진갑용의 2타점 적시타로 달아났지만, 곧바로 8회말 김태균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5-4로 쫓겼다. 삼성은 9회초 공격에서 쐐기 타점이 절실히 필요했다. 더구나 마운드에는 마무리 바티스타가 매우 흔들리고 있었다.
이승엽은 그런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다. 선두 타자 김상수의 볼넷과 도루로 바티스타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고, 1사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바티스타의 3구째 152km짜리 직구를 받아쳐 통렬한 우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시즌 3호 홈런. 몸쪽 약간 높게 형성됐지만, 이승엽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빠른 스윙 스피드가 돋보인 결과였다. 이 한방으로 한화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고, 바티스타는 마일영과 교체돼 쓸쓸히 마운드를 떠났다.
이밖에 이승엽은 2-0으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루 찬스에서도 양훈의 4구째를 가볍게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최형우와 모상기가 삼진으로 연이어 물러나자 직접 도루로 2루에 진루하는 기민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도루 하나에 유창식이 크게 흔들렸고, 결국 강봉규가 볼넷을 얻은 데 이어 배영섭이 귀중한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할 수 있었다. 홈런 하나, 도루 하나라도 꼭 팀이 필요한 상황에 해낸 이승엽이었다. 역시 스타는 스타였다.
▲ 김태균, 950일만의 복귀포…자존심 세웠다
김태균도 자존심을 살렸다. 비록 팀은 4연패 수렁에 빠졌지만, 이승엽과의 거포 맞대결에서 뒤지지 않고 홈런 하나 포함 3안타를 기록했다. 4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배영수의 6구째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뽑아냈고, 6회에는 한상훈의 추격의 투런포가 나온 뒤 다시 배영수에게 중전안타를 쳐냈다. 이 안타 하나로 배영수가 강판됐고, 김태균은 고동진과 이대수의 연속 안타 때 홈을 밟아 귀중한 동점 득점을 올렸다.
대포도 드디어 가동했다. 한화가 바티스타를 투입했음에도 8회초에 진갑용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 한화는 어떻게든 추격이 필요했다. 김태균은 8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정현욱의 145km짜리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10m짜리의 좌월 솔로포를 만들어냈다. 그 홈런이 동점이 되지 못한 게 한화에는 천추의 한이었다. 이는 2009년 9월 15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950일만의 국내무대 복귀포였다. 김태균은 홈런 소감에 대해 "팀이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짧게 치려고 했는데 상대 투수의 실투로 넘어갔다"라고 말했지만, 팀 패배로 기뻐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역시 김태균도 이승엽에 버금가는 스타였다.
승패를 떠나 두 거포의 화끈한 타격쇼를 볼 수 있어서 청주 팬들의 눈이 즐거웠던 두 팀의 주말 2경기였다.
[나란히 홈런을 쳐낸 이승엽과 김태균.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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