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대형의 도루 독주시대, 이제 끝난 것일까.
최근 몇 년간 도루 부문은 LG 이대형이 독식했다. 2007~2010년까지 4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고, 이 기간 모두 5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을 봐도 24일 현재 346개로 전체 6위이고, 현역 선수 중에서는 단연 선두다. 그러나 이대형은 지난해 오른쪽 복사뼈 부상으로 29경기에 결장했고 34개의 도루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두산 오재원이 46개로 도루 타이틀을 따냈다.
이대형은 절치부심하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현재 타율이 0.222이고, 출루율도 0.300에 불과하다. 출루가 적다 보니 도루를 5개를 기록했지만, 경쟁자들의 기세를 누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도루 부문 선두는 6개를 기록한 삼성 배영섭과 KIA 이용규다. 뒤이어 삼성 김상수와 롯데 전준우도 4개로 이대형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즌 초반부터 이대형의 독식 양상이었던 도루 경쟁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춘추전국시대로 뒤바뀌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도루왕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하지만, 도루 부문 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모두 빠른 발에 일가견이 있고, 심지어 도루 3개를 기록한 타율 0.395의 두산 정수빈은 타격감각이 최상에 올라있다. 도루라는 게 일단 출루를 해야 하는 만큼 타격감과도 밀접한 함수관계를 지닌다. 그런데 이대형은 현재 타격감이 썩 좋지 않고, 지난해 타이틀 홀더 두산 오재원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그간 이대형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롯데 김주찬도 올 시즌 타율이 0.231과 출루율이 0.241에 그칠 정도로 부진에 시달려 도루는 1개에 그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상위권을 형성했던 선수들은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배영섭, 김상수, 전준우 등 새로운 인물들이 치고 오르는 기세다. 시즌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들 중 일부 혹은 전부 경쟁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8개 구단 감독 대부분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타격 페이스가 특별히 처지지 않고 부상을 피한다면, 이대형이나 김주찬 등과도 끝까지 좋은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이용규는 부상으로 50경기 출장에 그친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2~30개의 도루를 해온 터라 현재 부진한 타격감만 살아 오를 경우 가장 강력한 도루왕 후보다. 이밖에 현재 2개를 기록한 SK 정근우나 1개의 두산 이종욱은 잠재적으로 도루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룡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아직 도루 시도 자체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사실 2010년 이대형과 김주찬의 막판 경쟁이 눈길을 끌긴 했지만, 최근 몇 년간 도루 부문은 상대적으로 다른 타이틀 홀더 싸움에 비해 보는 재미는 덜했다. 당연히,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도루 경쟁이 최대한 오래 다자간 구도로 흐르는 게 낫다. 그러다 보면 전체적인 도루 개수도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고 팬들은 더욱 흥미로운 야구를 구경할 수 있다. 최근 한국야구의 1~2년 트렌드는 스몰볼에서 빅볼의 비중이 차츰 높아지는 추세였으나 올 시즌 도루 경쟁이 심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뛰는 야구 위주의 스몰볼이 강화되는 효과로 이어져 한국야구의 내실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도루 부문 선두를 달리는 KIA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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