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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수목극 꼴찌에서 1위 고지를 점령한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이하 적도)에는 소름돋는 동공연기 엄태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서운 뒷심에는 섬세한 연출력에 김용수 PD도 있다.
KBS 2TV '태양의 여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동공연기와 신체연기 등 화제를 모은 배우들의 존재감 넘치는 연기도 주효했지만 '적도'가 모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로 회자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로는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연기 방향을 잡아주는 김용수PD의 연출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시력을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선우가 보게 된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눈 뜬 후 맞닥뜨린 칠흑같은 암흑의 극명한 대비, 선우를 내리치고 절벽 아래로 밀어버린 장일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복하던 결백선언 연습, 갑자기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선우와 만나 레스토랑을 나선 후에도 왠지 모를 의심과 불안함을 떨칠 수 없어 발걸음을 돌리려다 차마 그러지 못한 장일의 신발 등. 이 세심하고도 독특한 장면들은 김용수PD의 섬세한 감각이 동원된 연출의 힘이었기에 가능했다.
한편 김 PD의 연출력은 전작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휴스턴 국제영화제에 대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입증됐다. 지난 21일 미국 매리엇 웨스트 체이스 호텔에서 열린 휴스턴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KBS 드라마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TV시리즈 가족·청소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국 상위 0.1%로 지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감정적으로는 불안한 천재 고등학생들이 겨울방학 8일 동안 겪게 되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학교라는 고립된 공간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배경을 통한 여백을 극대화함으로써 순도높은 악과의 대비를 더욱 강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KBS 2TV '적도의 남자'에서 두 주연배우 엄태웅과 이보영에게 연기 지도 중인 김용수 PD. 사진 = KBS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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