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삼성 이승엽이 5418일만에 홈스틸을 했다. 그러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승엽은 지난 13일 대구 넥센전서 국내 무대 복귀 후 첫 도루를 했고, 그에 힘입어 결승득점을 올렸었다. 정확히 11일이 흘렀다. 24일 대구 롯데전. 이승엽은 그 사이 1개의 도루를 추가한 상태. 이날 시즌 3호이자 38호 도루에 성공했다. 이 도루는 또 한번 팀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루였다. 자주 뛰지는 않아도, 뛸 때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도루였다.
상황은 이랬다. 6회말 1-0으로 앞선 삼성은 추가점이 절실했다. 더구나 상대는 불방망이를 지닌 선두 롯데였다. 1~2점 뽑아내는 건 일도 아닌 팀이다. 선발 윤성환이 호투하고 있었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 법. 이때 이승엽이 또 한번 나섰다. 선두 타자로 나서 우전안타를 쳤고, 최형우 타석 때 폭투로 2루에 진루했다. 이어 최형우는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강봉규 타석에 또다시 폭투가 나와 이승엽이 3루에 진루했고, 강봉규는 볼넷으로 1루에 출루했다.
이후 배영섭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채태인 타석 때 절묘한 더블스틸이 나왔다. 볼카운트 1-0이었다. 유먼의 2구째는 스트라이크가 됐지만, 1루주자 강봉규가 스타트를 끊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롯데 포수 강민호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2루로 공을 던졌다. 3루 주자 이승엽의 움직임을 살펴본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강민호가 2루로 송구하는 사이 한 박자 늦게 스타트를 끊었고, 뒤늦게 이승엽에게 허를 찔린 롯데 2루수 조성환이 홈으로 공을 뿌려봤지만, 이승엽은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았다. 시즌 3호 도루이자 통산 38호 도루.
사실 이승엽은 1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맞이한 첫 타석에서도 좌중간에 떨어지는 평범한 안타를 쳤지만, 롯데의 느슨한 중계 플레이에 2루까지 뛴 바 있다. 단타가 될 타구를 발로 2루타로 둔갑시킨 것이다. 또한, 6회 2루에서 3루로 가는 것도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당시 폭투가 그리 포수에게서 멀리 튀지 않았기 때문에 슬라이딩이 정확하지 않았다면 어찌될지 알 수 없었다.
또한, 홈 스틸도 결국 이승엽의 재치가 드러난 것이, 사실상 딜레이드 더블 스틸이었다. 아무리 타석에 최근 빈타에 허덕이는 채태인이라고 할지라도 박빙 승부에서 더블 스틸은 위험부담이 컸다. 그것도 한 박자 느린 딜레이드 스틸은 이승엽의 재치가 없었다면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이승엽의 마지막 홈 스틸은 1997년 6월 24일 사직 롯데전이었고, 단독 홈 스틸이었다. 이후 5418일만에 홈스틸을 기록했다.
이승엽의 이와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9회초 오승환의 데뷔 후 최다실점 블론세이브로 2-6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역시 롯데 타선의 응집력은 대단했다. 오승환은 이승엽의 발로 만든 쐐기 득점을 지켜내지 못했다.
[열심히 달리는 이승엽. 사진=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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