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롯데 타자들이 너무 잘 쳤다.”
시계추를 지난 2006년 5월 17일로 되돌려보자. 두산을 홈으로 불러들인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2-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오승환은 어지간해서 1이닝 이상 던지지 않지만, 당시만해도 2이닝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오승환은 전상열과 이종욱에게 연속 내야안타를 맞은 뒤 강동우를 사구로 보내 만루위기를 자초했고, 안경현에게 2타점 역전타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오승환은 공 15개를 던져 5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6년이 흘렀다. 데뷔 8년차 오승환도 어느덧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마무리로 성장했다. 팔꿈치 수술도 했고 재활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구위 저하 현상을 겪어봤고 심하게 두들겨 맞아봤다. 하지만 최강 마무리로 부활한 2011년 이후 다시 한번 최악의 피칭을 했으니 24일 대구 롯데전이었다. 오승환은 2-0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했으나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던진 직구가 좌월 솔로포가 됐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후속 홍성흔이 우전안타를 만들었고, 2사 2루 상황에서 손아섭을 고의 4구로 내보냈다. 여기서 와르르 무너졌다. 황재균에게 좌전 동점적시타를 허용해 2011년 5월 20일 대구 두산전에 이어 340일만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후속 신본기에게 접전 끝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결국 후속 김주찬에게 145km짜리 몸쪽 약간 높은 볼을 던지다 2타점 좌중간 역전타를 내줬다. 결국 교체된 오승환은 후속 투수인 안지만이 조성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추가로 내주며 실점이 6점으로 불어났다. 6년 전 5실점을 뛰어넘는 최다 실점을 하고 말았다. ⅔이닝 4피안타 2사사구 6실점. 2009년 7월 16일 대구 두산전 이후 1013일만의 패전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이날 전준우에게 맞은 솔로포를 빼면 이렇다 할 실투는 없었다. ‘딱, 딱’하고 포수의 미트에 부딪치는 특유의 소리도 경쾌했다. 사실 롯데 타선이 너무 잘 쳤다. 8회까지 4안타에 그친 롯데 타선은 9회 오승환에게 2아웃을 당하는 동안 4안타 2사사구를 집중했다. 경기 후 롯데 타자들은 한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운 좋게 공략했다고 말했으나 오승환은 항상 한 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던져왔으니 갑작스럽게 난타를 당한 건 종속이 약간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롯데 타자들이 잘 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오승환과 롯데의 악연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창 잘나가던 2008년에도 4월 25일 사직 경기서 2사 1,3루 위기를 자초했고 조성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으며, 5월 14일 마산 경기서도 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졌었다. 2010년 6월 16일에도 9회말 2사에 등판한 오승환은 이대호에게 동점 홈런을 내준 바 있다. 그리고 그 경기 후 오승환은 시즌 아웃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 경기들의 특징은 근본적으로 오승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도 그만큼 뛰어났다.
역전패 후 진갑용은 “오승환의 볼은 좋았다. 그런데 롯데 타자들이 너무 잘 쳤다. 차라리 잘 됐다. 시즌 초반에 이렇게 한번 얻어맞아보면 더 신중한 투구를 하게 된다. 본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오승환을 위로했다. 화려한 복귀 이후 2011년 단 4실점만 기록한 오승환은 이날 하루에만 6실점을 하는 악몽을 경험했다. 하지만 2008년과 2010년 무너졌을 때처럼 몸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단지 롯데 타선이 6년전 두산 타자들처럼 잘 쳤다. 롯데는 괜히 팀 타율 0.307의 팀이 아니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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