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자신의 전공 분야에 울고 있다.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은 프로야구 한시대를 풍미했던 대선수 출신이다. 분야는 달랐다. 선동열 감독은 마운드에서 상대팀 타자들을 초토화시켰으며 이만수 감독은 홈런을 펑펑 터뜨리며 투수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이들은 류현진(한화 이글스),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 전까지 투수(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와 타자(타율·홈런·타점)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
▲ 선동열 감독이 맡은 KIA는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하지만 올시즌 선 감독과 이 감독은 자신의 전공 분야인 마운드와 타격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운 24일 한화전에서 8-16으로 대패했다. 이로 인해 시즌 평균자책점이 5.60까지 치솟았다. 리그 평균인 4.02에 비해 훨씬 높은 리그 최하위다. 그렇다고 이날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이날 전까지도 팀 평균자책점 4.64로 7위에 그쳤다. 타선 역시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기대 이하의 마운드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지키는 야구'를 표방했다. 안정된 마운드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현재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선동열 감독이 맡은 팀의 그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선 감독은 "팀의 상황에 맞게 운영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마운드의 중요성을 아는 선 감독이기에 현재 상황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동안 안정된 투구를 보이며 선동열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던 앤서니 르루는 3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8.36에 머무르고 있다. 호라시오 라미레즈는 데뷔전도 치르기 전에 부상으로 전열에 이탈한 상황이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기대했던 한기주마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선 감독의 고민은 풀리지 않고 있다.
▲ 이만수 감독이 맡은 SK는 평균 득점 꼴찌, 삼진 1위
상황은 이만수 감독도 다르지 않다. 현역 시절 상대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 감독이지만 현재 그가 맡고 있는 SK 타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SK의 팀 타율은 .243로 5위. 이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SK는 경기당 3.75점을 뽑아 8개 구단 중 가장 평균 득점이 낮다. 여기에 출루율은 .317로 7위, 팀 삼진은 93개로 1위다. 24일 두산전에서는 단 1안타 빈공에 그치며 1-2로 패했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화끈한 야구를 표방한 이만수 감독이지만 현재까지는 구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홈런만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자리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하는 중이다.
반면 마운드는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시범경기까지만 하더라도 고민거리였던 선발진이 기대 이상이다. 마리오 산티아고는 시즌 전 호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예 선수들도 비교적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송은범과 아퀼리노 로페즈까지 돌아올 예정이다. 정우람, 박희수가 이끄는 불펜은 명불허전이다. 이 감독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운드와 수비 등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타격 부진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시즌 초반 자신의 전공 분야에 울고 있는 선동열 감독과 이만수 감독. KIA 투수들과 SK 타자들이 선 감독과 이 감독을 웃게 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 그 날이 빨라질수록 양 팀의 순위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평균 득점 최하위를 기록 중인 SK 이만수 감독(왼쪽)과 평균자책점 꼴찌인 KIA 선동열 감독.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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