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투수가 마운드에서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야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9이닝 동안 27타자를 모두 삼진 아웃으로 잡을 수 없다면 야수의 도움을 받아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한다. 때문에 야수의 실책이 속출하면 투수는 자연스레 투구 리듬을 잃고 흔들린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투수 출신인 만큼 투수와 야수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이 현역으로 뛸 때 그것을 누구보다 강조한 사람은 바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었다.
김진욱 감독이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지난 1984년, 마침 김성근 감독이 OB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김성근 감독 시절이던 어느 날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 감독은 여느 때처럼 투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타자에게 타구를 맞았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라 판단됐다. 그런데 우익수 박노준이 타구 방향을 잘못 읽고 뒷걸음질하다 앞으로 방향을 바꾼 순간, 타구는 박노준 앞에 떨어졌다. 안타가 된 것이다.
하필 그 순간 김진욱 감독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김성근 감독이 놓칠 리 없었다.
김진욱 감독은 "바깥쪽으로 꽉찬 공을 던져 당연히 삼진 아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순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것이 수비 실수 때문에 그런 걸로 보신 모양이다"고 회상했다.
김진욱 감독이 수비 실수에 아쉬움을 표한 것이라 판단한 김성근 감독은 감독실로 김진욱 감독을 호출했다.
그리고 김진욱 감독에게 "야수는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했을 때 더 강한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 그래야 실수한 사람이 더 미안해 한다"고 다그쳤다. 김진욱 감독은 '오해'임을 설명했지만 김성근 감독의 귀에는 변명으로 들렸을 뿐이었다.
의도치 않게 투수와 야수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올해 두산의 수장이 돼 김성근 감독과 함께 베어스 사령탑의 대를 이은 김진욱 감독은 현역 시절에 배운 것을 그대로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선수 때 그렇게 배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알고 보면 내가 김성근 감독님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고 자랑하는 그다. 1984년 4월 7일 MBC 청룡(현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김진욱 감독은 7⅔이닝을 책임지며 4-1 승리의 주역이 됐고 이는 김성근 감독이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거둔 데뷔 첫 승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의 제자였던 그 신인 투수는 이제 어엿한 감독이 됐다. 마침 두산은 26일 문학 SK전을 4-2로 승리하고 롯데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김성근 감독(왼쪽)과 김진욱 감독(오른쪽)이 '2011 CJ 마구마구 일구상'에서 악수를 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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