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레다메스 리즈(LG)가 또 무너졌다. 리즈는 2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팀이 7-5로 앞선 9회말 등판했으나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3연속 볼넷을 내준 뒤 우규민과 교체된 리즈가 던진 공 17개 중 12개는 볼이었다.
결국 리즈가 내보낸 주자 3명은 모두 홈을 밟았고, LG가 패하며 리즈는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패배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블론 세이브는 처음이었다. 지난 13일 잠실 KIA전, 이른바 '13일의 금요일' 악몽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13일에 이어 26일까지 대량실점의 빌미를 스스로 제공한 '13의 배수 악몽'으로 리즈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3.50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리즈는 5세이브로 여전히 세이브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LG가 시즌 초반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2세이브 이상을 올리고 있는 투수들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리즈의 경우처럼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세이브가 많은 선수일수록 평균자책점이 높다.
세이브 2위 오승환(삼성)의 평균자책점은 10.13이다.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홈런 포함 4피안타 2볼넷으로 6실점한 탓이다. "한 시즌에 줄 점수를 다 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승환에게는 쉽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경기에서는 크게 부진했지만 오승환을 우려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승환은 세이브를 올린 4경기에서는 볼넷 없이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끝판대장'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4세이브로 공동 2위인 김사율(롯데)와 스콧 프록터(두산)는 여러모로 매우 유사하다. 똑같이 5경기에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실점(1자책)이다. 평균자책점도 1.80으로 같다. 유일하게 세이브를 올리지 못한 경기도 두 번째 등판으로 같다. 장타도 나란히 하나씩 맞았다. 하지만 김사율이 2루타를 허용하고 프록터가 3루타를 내줬다는 점은 다르다.
세이브 숫자가 내려가면 평균자책점도 내려간다. 3세이브로 이 부문 5위인 손승락(넥센)은 7이닝 1실점으로 1.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김사율과 프록터보다 낮다. 손승락은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며 1승(15일 대구 삼성전)을 챙기기도 했다.
2세이브를 따낸 정우람(SK)은 6경기 4⅔이닝 동안 무실점 하고 있다. 볼넷만 2개 내줬을 뿐 단 한 개의 피안타도 없이 7탈삼진으로 지난해 전반기에 보여준 맹활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듯 5세이브를 올린 리즈부터 2세이브인 정우람까지는 아이러니하게도 평균자책점이 높은 순서대로 세이브 횟수가 많다. 물론 이 기록이 길게 이어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오승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 기록은 1,2경기에서의 부진이 구원투수들의 평균자책점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해준다.
또한 이로 인해 단순히 평균자책점으로 투수를 평가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해준다. 이처럼 통계는 경제학자 아론 레벤쉬타인의 말처럼 비키니를 입은 여성과 같다.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지만, 결정적인 것은 숨기고 있다.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리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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