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역시 슈퍼스타다.
삼성 이승엽은 올 시즌 9년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지난 8년간 일본에서 용병신분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돌아온 그는 일본에서 배운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7일 현재 52타수 20안타 타율 0.385 4홈런 9타점, 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3위이고 홈런은 1위, 최다 안타는 2위다. 그러면서도 삼진은 단 4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올 시즌 이승엽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야구도사’의 모습이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 뒤 타석에 서고 루상에서 움직인다. 1루 수비를 하든 지명타자로 나서든 관계가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컨디션을 최상으로 맞출 줄 안다. 최근 조금씩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는 삼성은 이승엽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모아지는 게 보인다.
▲ 3.5경기당 1개… 38홈런 페이스
먼저 주전공 분야인 홈런을 살펴보자. 26일 대구 롯데전서 시즌 4호포를 가동하며 LG 정성훈, 넥센 강정호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승엽은 현재 3.5경기당 1개꼴로 홈런을 가동하고 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이대로 시즌이 끝날 경우 38홈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시즌은 길고 변수는 많다. 더구나 이승엽의 나이도 어느덧 37세로 노장이다.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을 경우 홈런 페이스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38홈런, 나아가 40홈런 여부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30홈런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계산은 거뜬히 나온다. 무엇보다도 고타율을 기록하면서도 삼진이 적다. 높아진 국내 투수들의 수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8년간 일본에서 수준 높은 투수들을 상대해봤기 때문에 무난하게 한국 투수들에 적응하고 있다. 일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한국투수들 역시 몸쪽으로 바짝 붙인 뒤 바깥쪽으로 유인하는 패턴을 사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몸쪽으로 바짝 붙이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끌어가는 투수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대부분 이승엽이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끌어가면서 홈런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홈런만 노리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 잡아당기고 밀어서 안타를 만들어낸다. 한 마디로 경기상황 파악 능력과 대응 능력이 신의 경지에 올랐다. 최형우와 채태인이 시즌 초반 투수의 페이스에 말릴 때 이승엽은 차분히 또박또박 안타를 쳐내고 있다. 개막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이승엽의 방망이는 꾸준하면서도 폭발적이다.
▲ 사상 첫 20-20도 가능
여기에 도루도 3개를 기록하고 있는 이승엽은 20-20도 진지하게 노려볼 만하다. 24일 대구 롯데전서는 지난 1997년 6월 24일 사직 롯데전에 이어 무려 5418일만에 홈 스틸을 성공했다. 도루 실패도 단 1개도 없이 후배 배영섭(7개)과 김상수(4개)에 이어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아직 이승엽은 단 한 시즌도 20-20을 달성한 적이 없고, 1999년 10도루가 한 시즌 본인의 최다 기록이다. 통산 기록은 38개다.
류중일 감독도 “도루는 발이 느리다고 못하는 게 아니다. 루와 루 사이의 거리가 30m도 안 되는데 적어도 50m이상은 뛰어봐야 발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의 주력이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면서 “난 승엽이에게 한 번도 도루 사인을 낸 적이 없다. 그만큼 승엽이가 일본에서 8년간 잔잔한 야구에 대한 내공을 쌓은 거 아니겠나. 그리고 승엽이 그렇게 발 안 느리데이”라고 웃었다. 어쨌든 주루 센스도 상위급이다.
이승엽은 확실히 2003년까지 보여준 모습과 지금이 다르다. 스스로도 “솔직히 예전만큼 홈런을 많이 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이승엽이 무서운 건 야구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무작정 큰 것 한방만 노리는 홈런 타자였다면 이제는 상황에 맞게 대응할 줄도 알고, 팀이 하위권으로 처질 때도 동요하지 않고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이 단연 인상적이다. 스타지만, 권위 의식 없이 후배과 팀에 녹아들고 있다.
경기 전 훈련도 가장 열심히 임한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이승엽은 홈 경기 때 가장 먼저 출근한다. 러닝과 웨이트를 할 때도 가장 앞장서서 기합을 넣고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경기 전 타격 연습 때는 XTM 마해영 해설위원에게 “형은 타격왕 출신이지만 전 홈런왕 출신이잖아요”라며 기자들을 폭소탄에 빠뜨리기도 하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일본 시절과는 달리 얼굴 표정부터 다르다. 누가 수준 높아진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는가. 차원이 다른 클래스의 슈퍼스타임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국민타자다. 야구의 스팩트럼이 넓어진 이승엽이다.
[잘 치고(위), 잘 달리는(아래)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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