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출근시간대 열차 안에서 승객이 칼에 찔리는 사건 잇따라 발생
일본 도쿄에서 만원 전철에 타고 있던 승객이 칼에 찔리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혼잡한 출근 시간대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그것도 아무런 이유 없는 무차별 공격이라는 점에서 도쿄 도민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JR주오(中央) 선 도쿄 나카노(中野) 역에서 하차한 한 여성(32, 회사원)이 자신의 등에서 심한 통증과 출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역무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여성은 주오 선 신주쿠 역과 나카노 역을 지나는 동안 등 부분에 통증을 느꼈다.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여성의 상의도 날카로운 물체에 베여 찢어져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이 일의 사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 범죄에 의한 상처인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도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두 달이 지난 현재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이번 달 들어 또 발생했던 것.
4월 17일 오전 9시 25분경, 도쿄 시부야 구 시부야 경찰서에 한 남성(55)이 "전차 내에서 등을 찔렸다"고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전차가 JR 사이쿄 선 이케부쿠로 역과 신주쿠 역 사이를 주행하는 도중 무언가에 허리 왼쪽 부분을 찔렸다고 한다. 등에는 깊이 약 4cm, 폭 2cm의 상처가 있었고 왼쪽 엄지손가락에도 베인 상처가 확인됐다.
이 남성은 "신주쿠 역 부근에서 등이 찌릿한 통증이 있어 왼쪽 손으로 확인해 보려는 순간 손가락도 베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의 시간적 간격이 2개월로 비교적 짧다. 또한, 신주쿠를 기점으로 한 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는 점에서 일본 언론은 동일범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시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조사 중이다. 아직 보고할만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연쇄 범죄의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동일범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말할 수 있는 정보도 없고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사건을 접한 도쿄 시민 사이에서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사이쿄 선과 주오 선은 도쿄 외부와 도심지를 잇는 주요 노선이다. 출근시간대의 혼잡함은 도쿄에 있는 수십 개의 노선 가운데 이 두 노선이 가장 극심하다.
경시청은 CCTV 등을 이용해 범인 색출 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하루 몇백만 명이 이용하는 도쿄 전철이 범행 장소인 만큼 용의자 검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행을 벌이는 ‘도리마(通り魔)’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키하바라 '도리마’ 사건이 있다.
2008년 6월 8일 12시경, 아키하바라 교차로에서 2톤 트럭이 적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보행자 5명을 들이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때만 해도 주변 행인들은 이 사고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생각했다. 그러나 트럭을 운전한 남성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고를 보고 몰려든 보행자와 경찰관을 찌르기 시작했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범인은 십수 명을 찌른 뒤 경찰과의 대치 끝에 붙잡혔다.
불과 5~10분 사이에 벌어진 이 사건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모두 범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었다.
2011년 11월 18일에는, 한 고등학생이 수도권 근교에서 여자 중학생과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잇따라 칼로 찔러 체포되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피해자들의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중상을 입었다. 여중생은 목을 찔려 경동맥에 손상을 입었고, 초등학생 여아는 가슴 부근을 칼에 찔려 폐에 손상을 입었다.
두 사건이 반경 2km 내에서 벌어졌다는 점과 피해자가 하교 중이었다는 공통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검문을 강화했다. 그 결과, 나이프를 비롯한 각종 칼, 손도끼 등을 소지한 고등학생(16, 남자)을 체포하고 범행사실을 자백받았다.
이 남학생은 이전에도 고양이의 목을 절단해 학교에 가져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왔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은 "여자를 노렸다. 손도끼로 걸어가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시민들이 이번 전철 도리마 사건에 "남의 일이 아니다. 다음은 내가 될 수 있다", "만원전철에서 등 뒤를 공격당한다면 속수무책이다"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도리마 사건이 때마다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 범죄의 무서움은 범행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당할지 알 수 없다.
'내가 당할 수도 있다'
이번 전철 도리마 사건의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 도쿄 도민들은 이같은 일말의 불안감을 가진 채 생활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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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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