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7일 밤, 대단한 타격 쇼에서 묻힌 게 있다.
LG가 27일 롯데전서 22안타 6볼넷 20득점을 퍼부으며 넥센과의 주중 홈 2연전서 연패한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이날 LG는 올 시즌 최다 안타와 최다 득점 기록을 올렸고 선발타자 전원 안타 등을 기록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사실 롯데가 15안타 4볼넷 8득점을 올린 것도 대단했지만, LG의 막강한 공격력에 묻혔다.
▲ 안타까운 투수들
놓쳐선 안 될 것들도 있었다. 이렇게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는 건 반대로 그만큼 투수들이 부진했다는 걸 뜻한다. LG는 선발 김광삼이 5⅓이닝 9피안타 6실점으로 쑥쓰러운 승리를 따냈다. 어마어마한 득점 지원 속에 승리투수가 됐지만,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도 143km에 불과했고, 5회까지 스트라이크가 49개였지만, 볼도 33개로 컨트롤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더구나 6회 박종윤과 손아섭에게 연이어 초구와 2구째에 안타를 맞아 흔들린 뒤 황재균에게 적시타를 맞고서야 교체 되고 말았다. 10-3으로 넉넉한 리드를 지키고 있었지만, 결국 10-8로의 추격을 허용한 빌미가 된 장면이었다. 비록 팀은 승리했지만, 대량 추격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김광삼의 투구는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롯데는 선발 송승준이 3⅓이닝 9피안타 9실점(6자책)으로 완벽하게 무너졌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도 컸고, 직구 스피드는 146km까지 나왔으나 3, 4회에 주무기 포크볼을 고집하다 난타당한 게 컸다. LG 타자들은 송승준의 포크볼과 커브에 감각적으로 배트를 갖다 대 안타로 연결했다.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송승준이지만,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크다는 약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밖에 복귀 후 두번째 등판을 가진 이재곤도 마지막 투수로 나와 2⅓이닝 6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다. 아직 직구 스피드도 덜 올라온 모습이었고, 사사구도 3개를 내줄 정도로 제구력도 합격점을 줄 수는 없었다. 양승호 감독은 몇 차례 지켜본 뒤 이재곤의 보직을 결정한다고 밝혔는데, 현 상황에서는 선발진 후미에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더 안타까운 야수들
이날 LG는 3회와 4회 각각 대거 5점과 4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런데 대량 득점은 꼭 타자들이 계속 뻥뻥 잘 쳐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사실, LG의 방망이가 불이 붙을 수 있었던 건 롯데 야수들의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끼여있었다. 3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박용택이 중전 적시타를 쳤는데, 롯데 중견수 전준우가 이를 잡아 홈을 포기하고 3루로 향하던 주자를 잡기 위해 움직인 건 좋았다.
하지만 송구가 빗나가면서 3루수 황재균이 이를 놓쳐 타자주자 박용택마저 2루로 향하게 하고 말았다. 결국 전준우의 실책으로 한 베이스를 더 간 박용택은 이진영의 좌전 적시타 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1차적으로 3루수 황재균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으나 놓쳤고, 좌익수 김주찬도 한번에 포구하지 못한 채 펌블을 하며 이진영을 2루에 보내주고 말았다. 결국 3루주자 이대형에 이어 2루주자 박용택도 홈을 밟았다. 비교적 짧은 안타라 주자 2명이 홈을 밟기엔 무리였으나 연속 원 히트 원 에러가 나오며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LG로 흘렀다. 결국 힘이 빠진 롯데 선발 송승준은 이후 정성훈에게 초구에 좌월 투런포를 맞아 0-5가 되고 말았다.
송승준은 4회에도 급격하게 흔들렸다. LG는 볼넷 2개 포함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진영 대신 들어온 양영동은 유격수 문규현 앞으로 가는 평범한 땅볼을 때렸다. 그러나 이를 문규현이 잡다가 놓치며 주자 모두 세이프가 돼 어이 없이 실책으로 1점을 내주고 말았다. 롯데는 이것이 빌미가 돼 3점을 추가로 내줬고, 송승준은 결국 조기에 강판돼야 했다.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은 실수도 잦았다. LG 역시 4회말 오지환의 실책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실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롯데가 범한 3개의 실책은 경기 초반 분위기를 급격하게 LG쪽으로 가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롯데의 경우 천연잔디에서 오히려 어색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사직구장 잔디는 그야말로 적당히 물과 햇빛을 머금어 굉장히 푸르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내야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타구가 구르는 속도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펌블을 자주한다. 이렇듯 한 팀이 대량 득점을 하는 건 그 사이에 상대의 실책과 실수가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이날 롯데는 전반적으로 어설픈 수비로 LG의 방망이를 일깨워주고 말았다.
[아쉬워하는 송승준(위),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인 황재균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