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별로 바뀐 건 없는데요. 잘 맞네요.”
LG 정성훈의 홈런 행진이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정성훈은 28일 부산 롯데전서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라이언 사도스키의 초구를 걷어올려 시즌 7호 솔로포를 터뜨렸다. 같은날 청주 한화전서 역전 6호 홈런을 터뜨린 넥센 강정호와 5개를 기록 중인 삼성 이승엽, 박석민을 제치고 홈런 부분 단독 선수다. 정성훈은 이미 27일 경기서 자신의 통산 7번째 멀티 홈런을 터뜨렸고 15경기서 무려 7홈런을 기록 중이다. 산술적으로는 62.1홈런이 가능하다.
물론 실제로 정성훈이 올 시즌 62홈런을 기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정성훈은 홈런타자도 아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이 좌타자 일색인 라인업에 우타자인 정성훈을 4번 타순에 배치한다고 밝혔을 때 사람들이 놀랐던 이유는 그가 4번을 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타자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29일 현재 7홈런을 비롯해 55타수 18안타 타율 0.327에 장타율이 0.782이고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는 1.197이다. 득점권 타율도 0.316이다. 애당초 김 감독이 그에게 바랐던 건 찬스에서의 클러치 능력이었다. 홈런과 장타는 플러스 알파 정도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성훈은 클러치 능력과 장타 본능을 동시에 뽐내고 있다. 현재 정성훈의 장타력은 2위이고 OPS는 1위다. 18안타 중 홈런 포함 2루타 이상이 무려 10개다. 더 놀라운 건 그의 통산 장타율이 0.4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일부 팬들에겐 “약물검사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오갈 정도다.
어쨌든 지금 페이스로는 충분히 홈런왕에 도전해볼 만하다. 물론 홈런이라는 건 15경기서 7개를 때릴 수도 있지만, 15경기서 1개도 못 때리는 게 홈런이다. 하지만 적어도 홈런 30개는 날릴 기세다. 28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작 “별로 변화를 준 건 없는데 요즘 좀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싱거운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툭 던진 말이 인상적이었다. “4번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쳐요.”
흔히 장타자이지만 4번 타순에만 가면 홈런과 장타가 나오지 않고 슬럼프에 허덕이는 선수가 많다. 현대 야구는 점차 타순에 대한 고정 역할 없이 상황에 따른 멀티 테스킹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 팀의 4번 타자는 여전히 팀 타선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정성훈은 오히려 붙박이 4번 타순에 서자 달라지고 있다. 알고 보니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
그는 “다 그런 건 아닌데 감독님이 하신 검지 세레머니가 유행하면서 저도 홈런을 칠 때 꼭 하고 있어요. 물론 질 때 하는 건 아닌데 이기고 있을 때는 검지 세레머니를 해요”라고 말했다. 정성훈에 따르면 “장난 치려고 시작한 게 이렇게 됐다”고 했지만 그만큼 편안한 상황에서 세레모니를 하면서 팀 결속력도 높이고,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마음 편하게 타격을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팀 분위기가 중심 타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다.
LG와 정성훈의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 야구에서 분위기가 꺾이는 것도 한 순간이다. 홈런이라는 것도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이 자신의 뚝심을 지키며 선수단을 이끌어나가고 있고, 선수들도 그런 김 감독을 이해하면서 뭉친다면 이런 분위기는 LG의 문화로 완전히 정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성훈이 거포들과 홈런 레이스를 펼친다면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홈런 1위 정성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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